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금리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리는 정권을 바꿀 정도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내놓은 구조적 처방에 실패한 데다 이란전쟁이라는 악수까지 두면서 미봉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화 환시 개입·바이백 확대·금리인하 압박 ‘안간힘’
우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일(현지 시간) 4.8%대를 기록하며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은 지난달 5.34%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현재도 10년물은 4.7%대, 30년물은 5.2%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7월 미 재무부는 일본과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했다.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내다팔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나서서 엔화 약세를 막아준 것이다. 그래도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자 재무부는 국채 장기물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2배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주요 무역적자국과의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까지 말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를 중심으로 국채금리도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국채금리 급등, 정부도 교체...베선트 “채권시장, 곡사포보다 더 많은 정부 무너뜨려”
미국이 금리 낮추기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금융,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정부 재정이 계속 악화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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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기업은 조달비용이 늘어나 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도 지갑을 닫기 마련이다. 미국 정부 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돌파한 마당에 금리 상승은 이자 비용을 더 늘린다. 2025년 기준 미국 연방 정부 예산은 약 7조달러이며, 이 중 기존 빚에 의한 이자 비용만 13%인 1조달러에 이른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정부 재정건전성 우려에 금리가 더 오르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정부를 교체할 수도 있다. 2022년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총리는 ‘재원 대책 없는 대규모 감세’를 발표했다가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시장의 공격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취임 44일 만에 사퇴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올 초 “채권 시장은 곡사포보다 더 많은 정부를 무너뜨렸다”고 말한 바 있다. 채권시장 혼란으로 인한 정부 교체 사례가 전쟁보다 더 많았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때 전세계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관세를 유예, 국채금리가 자신들의 ‘아킬레스 건’임을 자인하기도 했다.
재정적자, GDP 대비 3% 해법 제시했지만 ‘부러진 화살’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의 모습. 달리오 엑스 캡처
미국이 엔달러 시장 개입, 국채 바이백 확대 등 대증요법을 펴는 것은 애초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구조적인 해법이 별 재미를 못 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저서 ‘빅 사이클’에서 미국의 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5%대 후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3%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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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해법으로 ▲증세 ▲지출 구조조정 ▲금리 인하를 제시했다. ‘3개의 화살’이라고 볼 수 있는 이 해법은 증세와 정부 지출 감축으로 정부 씀씀이를 아끼고, 금리 인하로 경기가 위축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정부 이자 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트럼프 행정부도 취임 초부터 비슷한 정책을 썼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 재정적자를 GDP의 3%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대표 정책인 대규모 감세는 그대로 밀어붙이되 비는 재원을 상호관세로 메우겠다고 했다.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효율부(DOGE)’를 발족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수장에 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상호관세는 연방대법원에 의해 위법으로 판결이 났다. 트럼프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무역법 301조 ‘강제노동’에 의한 새 관세를 부과했지만 상호관세 세수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OGE는 2조달러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100억달러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했으며 이마저도 미 회계감사원(GAO)는 “검증할 수 없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의 지난 2분기 재정적자는 5.7%(직전 1년 기준)로 1분기의 5.2%에서 오히려 악화했다. 연준은 금리 인하가 아닌 이번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전이 치명타였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고, 이는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직결돼 2년물 국채금리를 끌어올렸다. 미국 정부의 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 30년물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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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동절 연휴 끝나면 빅테크 채권 발행 러시...미일 공조 붕괴도 뇌관
미국 재정건전성을 향한 구조적 해법은 난망한 반면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등 금리를 올릴 요인은 이어지며 금리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를 낮추라고 하면서 본인은 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유가를 자극하는 등 금리를 올릴 요인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의 노동절 연휴가 끝나는 8일 이후 빅테크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채권시장 공급이 수요를 웃돌며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마케워치에 따르면 9월 한달 동안에만 미국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00억달러(약 2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 미국시장 책임자 토마스 키키스는 “노동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미일 정책 공조에 금이 갈 수 있는 것도 뇌관이다. 일본 정부는 식품 소비세율 한시 인하 등 대형 감세안을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최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기해 일본 측과 만나 “이대로라면 다카이치 정권은 2022년 트러스 영국 총리와 같은 운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리플레이션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리플레이션 정책은 금융완화와 재정 확대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완만한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런 미국의 압박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최근 금리 상승은 미국의 이란 공격 때문”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의 요구가 새로운 미일 마찰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1987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한 ‘블랙 먼데이’ 계기도 미국과 서독의 금융정책을 둘러싼 협조체제의 붕괴였다고 짚었다.
연휴가 끝나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