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농지도 투기 대상이 되어 값이 비싸다며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일환이었다. 5월부터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36만㏊(헥타르)를 조사한 결과 27%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되었고, 대부분은 불법 임대차였다. 과녁에 선 것은 투기꾼보다 상속 농지를 이웃에게 빌려준 자녀와 몸이 아파 농사를 쉰 고령 농민이었다. 처분을 걱정한 소유자가 임대 농지를 회수하자 임차농이 경작지를 잃을 처지가 되었고, 1~7월 농지 실거래가는 전년보다 4.4% 떨어졌다. 당정은 9월 처분 유예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대상 농지 4분의 1이 위반 의심이라면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규범에 있다.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서울대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전 규제합리화 위원회 부위원장
과녁이 사라진 원칙
그 규범이 헌법 제121조의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것) 원칙이다. 1950년 농지개혁 시에는 타당했다. 소작농을 자영농으로 바꾼 개혁은 산업화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땅 없는 농민이 많았던 게 문제였던 데 반해 지금은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한 게 문제다.
2023년 농가 수는 100만 가구 아래로 내려갔고 농가 인구 52.6%가 65세 이상이다. 매수 자격을 ‘직접 농사지을 사람’으로 제한하면 은퇴하려는 고령 농민은 땅을 팔 수 없다. 농민을 보호한다는 원칙이 농민의 유일한 노후 자산을 묶고 있고 가격은 폭락 중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어설픈 투기 단속이 경제적 약자인 고령 농민의 은퇴 자산 가치를 급격히 훼손하고 있다. 농지 절반 가량이 이미 임차 경작이라는 현실과 헌법 사이 간극은 허위 영농 계획서와 음성적 임대차가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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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제약도 크다. 한국의 농가당 경지는 1.5㏊ 안팎으로 유럽연합(17㏊)이나 미국(180㏊)과 비교할 수 없다. 아다모풀로스와 레스투치아는 필리핀이 토지 소유 상한과 거래 제한을 도입한 뒤 농장 규모가 34%, 농업 생산성이 17% 떨어졌음을 보였다. 2016년 LG CNS의 새만금 스마트팜이 농민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것처럼, 한국의 농지는 자본과 기술이 들어갈 수 없는 땅이다.
소유가 아니라 이용을 묻는 나라들
선진국 농정은 ‘누가 소유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잘 경작하는가’를 묻는다. 미국 농지 약 40%는 임차지이고 그 대부분은 비농민 소유다. 같은 자작농주의에서 출발한 일본도 2009년 농지법을 고쳐 정책의 축을 소유에서 이용으로 옮겼다. 투기와 난개발은 소유 자격이 아니라 용도 규제와 유휴지 과세로 막는다. 규제 대상을 사람의 신분에서 토지의 쓰임으로 바꾼 것이다.
식량 무기화라는 허상
농지 총량 보전의 마지막 논거는 ‘식량 안보’다. 그러나 식량 무기화는 역사적 근거가 희박하다. 1980년 미국의 대소련 곡물 금수는 소련이 다른 수출국에서 조달하면서 실패했고, 손해는 미국 농민이 보았다. 지금은 과잉생산 시대다. 세계 곡물 생산은 사상 최고 수준이고 생산된 식량 3분의 1이 버려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밝혔듯 식량 안보를 결정하는 것은 자급률이 아니라 소득과 무역 접근성이다. 국내에서는 1인당 쌀 소비가 1990년의 절반 아래로 줄어 남는 쌀을 세금으로 사들인다. 부족한 밀과 옥수수는 논을 묶어 둔다고 자급할 수 있는 작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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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은 땅이 넓은 나라가 생산하고 우리는 반도체를 팔아 사는 것이 비교 우위에 따른 국제 분업이다. 그런데도 이 논리가 유지되는 것은 올슨의 지적대로 보호의 이익은 조직된 소수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다수 소비자에게 분산되기 때문이다.
땅과 함께 묶이는 사람과 자본
경제구조도 바뀌었다. 농림어업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2% 아래이고 부가가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같은 무형자산에서 나온다. 농업 자체도 1961년 이후 세계 곡물 생산이 세 배 넘게 느는 동안 경작지는 10%대 증가에 그칠 만큼 땅을 덜 쓰는 산업이 되었다.
수요는 주는데 공급만 법으로 고정하니 농촌에는 노는 땅이 늘고 도시와 산업은 땅이 모자란다.
더 큰 비용은 요소 이동의 제약이다. 토지는 노동, 자본과 결합해야 쓰이는 보완적 생산요소여서 땅이 묶이면 사람과 돈도 묶인다. 고령 농민은 땅이 팔리지 않아 은퇴하지 못하고 젊은 경영자는 땅을 모으지 못한다. 농민의 자본은 땅에 갇히고 외부 자본은 들어가지 못한다. 셰와 클레노는 자본과 노동의 배분만 효율화해도 중국과 인도의 제조업 생산성이 30~60%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투입을 늘릴 수 없는 저성장 경제에 남은 성장의 원천은 자원을 더 생산적인 곳으로 옮기는 일이고, 그 밑단의 제도가 토지다.
헌법의 문장을 다시 쓸 때
헌법 제121조를 소유 자격의 제한이 아니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는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그 전이라도 임대차와 농업 법인의 농지 소유를 넓히고, 투기는 자격 심사가 아니라 이용 의무와 유휴 농지 과세로 막아야 한다. 농업진흥지역의 총량 목표도 줄어드는 수요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 1950년의 경자유전은 소작농을 해방시켰다. 2026년의 경자유전은 고령 농민을 팔리지 않는 땅에 묶고 청년과 자본과 기술을 농촌 밖에 세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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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조사가 드러낸 것은 투기가 아니라 수명을 다한 원칙이다.
Plus Point
농민 반발에 설득 나선 정부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설득전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농지 기본 조사에 따라 27%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로 밝혀지고, 8월 말 처분명령을 강화한 개정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농심이 동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5일 엑스(X)에 “정상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사람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며 문제는 농사를 지을 생각 없이 거짓으로 농지를 취득해 방치하는 투기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가 거대 지주로 군림하는 신(新)소작제의 서막”이라고 비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월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자유전 원칙 자체를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투기를 막고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를 쓰자는 정신은 틀리지 않았고, 헌법이 임대차와 위탁 경영을 예외로 허용하는 만큼 헌법 개정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농지법을 고쳐 소유 중심의 제도를 이용·경영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개정 시.을 내년 상반기로 제시했다. 전수조사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흩어진 농지 정보를 모아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관행적 위반을 처분 대상에서 빼는 특별조치법은 이르면 11월 초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연내 제정할 계획이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 법인의 부동산업 영위 등은 투기로 보고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송 장관은 ‘나라가 땅을 뺏는다’ 는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면서도, 처음부터 목적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설명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국내에서는 1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