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돌아왔다. 적어도 결제액으론 그렇다. 5월 '탱크데이' 논란 이후 투썸플레이스에 밀렸던 스타벅스는 5개월 만에 커피 브랜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결제액이 회복됐다고 스타벅스가 안고 있던 고질적 문제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탱크데이 논란 후 스타벅스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왕좌를 되찾았다. '탱크데이'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지 5개월 만이다. 11일 AI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스타벅스의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액은 1210억8200만원으로 전월(1161억2000만원)보다 4.3% 증가했다. 6월 1003억9000만원까지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20.6% 늘었다.
반면, 5월부터 8월까지 넉달 연속 1위를 지켰던 투썸플레이스의 결제액은 6.4% 감소한 1105억원에 그쳤다. 메가MGC커피(-3.2%)와 빽다방(-6.4%)도 감소세를 보였다. 주요 브랜드 가운데 스타벅스만 반등했다.[※참고: 이번 수치는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을 토대로 한 추정치로, 전체 매출이나 소비자의 브랜드 신뢰 회복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 탱크데이 논란 후 = 스타벅스가 되살아난 이유는 뭘까. '탱크데이' 후 스타벅스의 경로를 쫓아가보자. 스타벅스가 거센 역풍을 맞은 건 지난 5월 18일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텀블러 프로모션에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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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표현들이 5·18 당시 계엄군의 탱크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논란이 커지자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당시)와 담당 임원을 해임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사태 수습을 위해 여름철 대표 행사인 '서머 e-프리퀀시'를 전면 취소하고 신제품 출시와 프로모션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후폭풍을 막아내기엔 여파가 너무 컸다. 2분기 SCK컴퍼니 매출은 7473억원으로 전년 동기(7955억원)보다 6.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403억원에서 18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첫 '분기 적자'였다.
이랬던 스타벅스가 넉달 만에 1위 탈환에 성공하자, 시장의 시선은 스타벅스가 7월 재개한 마케팅 활동으로 쏠렸다. 신제품 출시와 고객 혜택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정상화한 뒤 결제액이 늘어나자 '마케팅이 1위 탈환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 역시 일제히 "할인과 마케팅 정상화가 1위 탈환을 이끌었다"는 진단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제액 증가를 '마케팅 정상화'의 결과물로 단정하긴 어렵다. 스타벅스에 할인과 프로모션은 위기 탈출용 카드가 아니라 늘 가동하던 기본값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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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별 e-프리퀀시와 상시적인 별 추가 적립은 물론 월 7900원짜리 구독 서비스 '버디패스'와 두 번째 음료를 최대 60% 할인하는 '원 모어 커피'까지…. 스타벅스는 1600만 리워드 회원을 겨냥한 락인(Lock-in)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쉽게 말해 이번 1위 탈환은 탱크데이라는 '돌발 변수'의 충격이 완화한 데서 기인한 결과란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경영학) 교수는 "마케팅 효과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논란을 향한 관심이 약해지는 시간 효과와 프로모션 재개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탱크데이 잊힌 후 = 문제는 지금부터다. 결제액이 다시 늘었다고 해서 스타벅스의 브랜드 경쟁력까지 회복됐다고 볼 순 없다. 사실 스타벅스가 풀어야 할 과제는 탱크데이 사태 이전부터 쌓여왔다.
2021년 7월 이마트가 미국 스타벅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해 최대주주(지분 67.5%)로 올라선 후 스타벅스를 상징하던 것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바리스타가 고객의 임재윤을 부르며 음료를 건네던 '콜링' 대신 진동벨을 도입했고(2023년), 배달 서비스 확대를 위해 배달앱에도 입.했다(2024년).
최근에는 매장에 키오스크까지 들여놓았다(2025년). 매장은 2000개를 넘어섰지만,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정체성'이 급격히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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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배달기사, 기계음이 울리는 진동벨, 줄어든 대면 소통 속에서 스타벅스는 여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과 구별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 고유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성이 사라지면,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 물론 스타벅스가 차별화 작업을 멈춘 것은 아니다. 더양평DT·더북한산 등 랜드마크형 '더(THE) 매장', 경동1960 같은 콘셉트 매장, 리저브 원두만 취급하는 '어반 리저브'를 비롯한 특화 매장을 늘리며 고객 경험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특화 매장의 월평균 방문객은 일반 매장보다 30%가량 많고, 주말에는 2배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화 매장의 성과가 전국 2000여개 매장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뜻하는 건 아니다. 서지용 교수는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특화 매장뿐만 아니라 일반 매장에서도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프리미엄 이미지마저 흐려지면,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모두에서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탱크'의 상처는 아물었고, 순위표 맨 윗자리도 되찾았다. 그러나 이를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기엔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 돌발악재가 사라진 지금, 스타벅스 앞에는 더 무겁고 본질적인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프리미엄의 왕관'을 과연 어떤 가치로 다시 채워 넣을 것인가. 스타벅스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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