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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10-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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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썬’ 속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강현석 SGHS 설계회사 소장 - 미국 코넬대 건축대학원 석사, 서울대 건축학과 출강, 전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 스위스 바젤 사무소 건축가 우리는 가끔 오래전 떠나보낸 누군가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힌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 우리를 과거의 한순간으로 이끌어 그와 다시 마주하게 한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왜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뒤늦은 자책 속에서 우리는 닿을 수 없는 이에게 너무 늦은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샬롯 웰스 감독의 2022년 영화 ‘애프터썬’은 아버지를 회상하는 딸의 내면에서 출렁이는 감정을 고요한 화면에 담아낸다. 서른한 번째 생일날, 소피는 。멸하는 조명 아래 절규하듯 춤추는 아버지의 꿈에서 깨어난다. 발끝에 닿은 오래된 카펫은 20여 년 전 아버지와 떠난 튀르키예 여행의 기억을 불러낸다. 아버지도 그곳에서 서른한 번째 생일을 맞았었다. 소피는 캠코더에 남은 영상으로 그 여름을 되짚는다. 열한 살의 소피와 아버지가 담긴 화면 위로, 어느새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된 소피의 실루엣이 비친다. 엇갈린 시선 강렬한 태양 아래 휴양지의 하늘과 바다는 투명한 푸른빛으로 포개진다. 두 사람은 수영과 낮잠을 즐기고 카펫을 구경하거나 공연을 보며 느긋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딸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려는 아버지의 미소에는 왠지 모를 불안이 드리워져 있다. 이제 막 외모와 이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소피는 눈부신 햇빛 뒤에 감춰진 아버지의 우울과 삶의 무게를 알지 못한다. 빛과 색채로 섬세하게 조율된 장면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까닭은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터넷바다이야기 아버지는 이것이 딸과의 마지막 여행이라고 예감하는 듯하지만, 소피에게 모든 순간은 마냥 즐겁고 신기하다. 함께 탄 배 위에서 아버지의 눈길은 줄곧 딸을 향하지만, 소피의 시선은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로 펼쳐지는 풍경에 머문다. 변형되는 기억을 담는 틀 소피의 회상은 캠코더의 기록에서 출발하지만, 그 빈틈은 현재의 시선과 상상으로 채워진다. 여행의 결말을 아는 지금의 소피는 열한 살의 자신과 같은 눈으로 그 시간을 바라볼 수 없다. 과거는 사실 그대로 복원되기보다 뒤늦은 이해와 감정에 따라 재구성된다. 소피와 다툰 아버지가 홀로 밤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은 당시 그녀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의 고통을 뒤늦게 헤아린 소피가 기억의 빈자리에 그려 넣은 이미지인 셈이다. 주관적으로 재구성되는 기억은 색채로도 드러난다. 공연자의 셔츠와 수중 카메라, 아버지 생일날 소피가 입은 옷까지, 그녀가 좋아하는 노란색은 행복한 순간마다 되풀이된다. 반면 아버지는 푸른색으로 물든다. 성인 잡지를 들춰보는 소피와 욕실에서 깁스를 자르다 피를 흘리는 아버지가 병치될 때, 두 사람의 공간도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갈라진다. 노란색이 소피의 행복과 생기를 나타낸다면, 푸른색은 아버지의 고독과 침잠을 드러낸다. 여행이 끝난 뒤 아버지는 장난스럽게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소피를 촬영한다. 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캠코더를 닫고 백색공간 끝의 철문을 열어 조명이 .멸하는 클럽으로 들어간다. 딸과 함께한 밝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몸부림쳐야 하는 어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장면도 아버지의 심정을 뒤늦게 더듬는 소피의 상상에 가깝다 야마토3게임다운로드 . 영화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끝내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불안정한 기억 속에서도 그가 소피를 사랑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장면과 시간은 변형되어도 그 사랑은 태양처럼 선명하다. 그래서 소피의 기억을 캠코더보다 단단히 지탱하는 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엽서다. ‘소피, 아빠는 너를 정말 사랑해. 절대 잊지 마.’ 손 글씨가 남은 얇은 종이는 흔들리는 기억을 붙드는 틀이 된다. (좌)노란 집의 예전 모습. (중)노란 집의 현재 모습. (우)노란 집 내부. El Croquis 플림스의 ‘노란 집’ 과거의 건축물을 현재로 옮겨야 하는 건축가 역시 기억과 시간을 다루는 문제에 직면한다. 여기에 가족의 사연까지 겹치면 그 차원은 한층 복잡해진다. 1999년 스위스 휴양지 플림스에 문을 연 ‘노란 집’은 19세기 부르주아 주택을 지역 박물관으로 바꾼 프로젝트다. 마을 중심부의 3층 주택은 눈에 띄는 출입구와 발코니, 지붕 형상으로 한 가문의 자존심을 드러냈다. 20년 동안 비어 있던 집은 노란 회반죽 외벽 때문에 주민에게 ‘노란 집’으로 불렸다. 이 집의 도시적 위치를 중시한 건축가 루돌프 올지아티는 노란 집과 주변을 묶어 새로운 마을 중심부를 조성하자고 오랫동안 제안했다. 그러나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반대 여론으로 제안은 번번이 무산됐다. 그는 사망 직전인 1995년, 자기가 수집한 방대한 지역 유물을 마을에 유증하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노란 집을 개조해 지역 박물관으로 조성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특별한 주문을 덧붙였다. ‘집은 흰색이어야 한다.’ 거친 벽 안에서 흐르는 시간 루돌프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발레리오 올지아티가 개조를 맡았다. 바다이야기릴게임다운로드 아버지의 유언에 응답한 그의 방식은 매우 급진적이었다. 단순히 흰색을 덧칠하는 대신 노란 회벽을 모두 벗겨내, 피부가 벗겨진 신체처럼 거친 잡석조 벽체를 노출했다. 이어 그 표면을 망치로 다듬고 백색 석회를 얇게 발랐다. 발코니와 장식을 제거하고 창마다 두꺼운 콘크리트 프레임을 둘러 정사각형 개구부가 반복되는 입면을 만들었다. 지붕은 경사를 낮춰 감추고, 그 위를 덮은 석판마저 흰색으로 칠했다. 그렇게 익숙한 주택은 낯설고 추상적인 사각의 볼륨으로 변모했다. 건물의 거친 표면은 뒤편에 성벽처럼 솟은 플림스슈타인산의 석회암 절벽과 겹친다. 백색은 과거를 지우는 무채색의 막이 아니라, 빛과 날씨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생생한 표면이 된다. 외벽은 강한 햇빛 아래 눈부시게 빛나고, 흐린 날에는 차갑고 창백해진다. 밤에는 깊은 개구부가 빛을 머금으며 건물의 추상성에 신비감을 더한다. 건축가는 두꺼운 외벽을 기억의 틀처럼 남겨둔 채 내부를 완전히 비웠다. 기존 주택의 구획이 전시 공간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세운 목구조의 단일 기둥은 사각 평면의 중심에서 의도적으로 비껴나 내부의 균형을 흔든다. 천장의 보는 네 개의 분할면에서 풍차처럼 방향을 달리하며, 고정된 외피 안에 회전하는 듯한 유동감을 만들어낸다. 노란 집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계승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외벽을 백색의 틀로 남겨, 건물의 시간과 아버지의 유언, 마을의 기억이 서로 중첩되고 충돌할 여백을 마련한다. 이 건물은 지금도 여전히 ‘노란 집’으로 불린다. 이름과 외관의 간극 속에서 과거는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에 따라 거듭 되살아나는 시간이 된다. ‘애프터썬’의 엽서와 플림스의 두꺼운 벽은 지나간 사람과 시간을 담아두는 틀이다. 그 안에서 기억은 흔들리고 변형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어려움과 반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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