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도천면의 한 벌통 앞. 창녕꿀벌농장 대표이자 양봉 대한명인인 황규섭(65) 씨가 망사 모자를 눌러쓴 채 벌통 뚜껑을 열자 벌들이 요란하게 날아올랐다. 벌통 사이를 오가는 그의 손끝에는 자잘한 벌침 자국이 선명하다. 갓 채취한 로열젤리를 한 숟갈 떠 건네며 “이건 꼭 먹어봐야 합니다”라고 권하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36년째 벌과 함께 살아온 그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눈앞에서 바로 퍼줄 수 있는 진짜 벌꿀이다.
◇25가지 검사를 통과한 1+등급 천연꿀= 이 농장에서 나오는 야생화꿀, 아카시아꿀, 밤꿀, 숙성꿀은 탄소동위원소비 검사와 잔류농약·항생제 검사 등 (사)한국양봉협회의 25가지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통과해 1+등급을 받은 100% 천연 벌꿀이다. 설탕물을 먹여 만드는 사양벌꿀과 달리 벌들이 오직 자연의 꽃에서만 채취해 온 꿀이라 빛깔이 짙고 향도 한층 진하다.
이 중에서도 숙성꿀은 유독 손이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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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꿀과 달리 1년에 단 한 번, 이맘때만 딸 수 있다. 황 대표는 3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180일간 벌통 속에서 꿀을 익힌다. 벌들이 자기 몸속 효소와 섞어 1층에서 2층, 3층으로 퍼 올리기를 반복해야 비로소 수분이 날아가고 향이 응축된다. 최근 몇 년 새 심해진 폭염 탓에 벌들이 지쳐 폐사하는 일도 잦아졌지만, 그는 개미가 집을 지키는 원리를 응용해 벌통 내부 온도를 낮추는 방법까지 스스로 연구해 적용하고 있다.
◇“돈 벌 기회, 여러 번 있었지만…”= 황 대표는 기업에서 대량 납품을 제안받을 때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설탕물을 먹인 뒤 벌이 뱉어낸 이른바 ‘사양꿀’을 섞어 만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돈은 벌써 벌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제 꿀이 아니잖아요.”
그가 유독 힘주어 말하는 대목은 소비자를 향한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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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대표는 “수많은 꿀이 생산되고 수입되고 있지만 100% 천연꿀과 등급을 받은 벌꿀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우리 농장은 묵묵히 100% 꿀을 생산해왔다. 그 결실이 한국양봉협회 천연꿀 인증 마크”라고 설명했다. 벌꿀 제품 뚜껑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제품 생산이력과 품질 등급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믿고 구매할 수 있다.
◇36년 외길, 그리고 대한민국 명인= 서울대 수원농대 부설 양봉학교를 나온 뒤 이동양봉과 해외 경험을 거치며 쌓은 기술은 오늘의 정제·숙성 노하우로 이어졌다. 그 결실로 황 대표는 2024년 12월 (사)대한민국명인회로부터 양봉 분야 대한민국 명인으로 선정됐다.
추석을 앞두고 작업장 한편엔 포장을 마친 숙성꿀 상자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해마다 꿀을 다 채워드리겠다는 약속은 못 드립니다. 날씨가 도와줘야 나오는 게 이 꿀이니까요.”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도 정직하게 만든 것만 내놓겠다는 다짐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누가 뭐래도 100% 천연꿀만 만들겠다는 이 원칙, 끝까지 지켜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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