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가 거장이며, 비평적으로 과소평가됐고, 반드시 후대에 재평가되리라 믿는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 몹시 멋쩍은데, 나 역시, 내 주제에, 한동안 히가시노의 작품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다. 처음 집어 들었던 ‘용의자 X의 헌신’(재인)은 사건도 인물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트릭 하나를 중심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썼다는 느낌이었다. 탐정이 천재 물리학자이고 용의자가 천재 수학자라는 설정은, 효율적이고 또 만화적이었다.
재밌네. 몇 년 동안 히가시노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렇게만 생각했다. 재밌네. 참 다작하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쓸 수 있는 걸까. 그러다 ‘나미야 잡화.의 기적’(현대문학)을 읽고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공허한 십자가’(자음과모음)의 깊이에, ‘회랑정 살인사건’(알에이치코리아)의 냉혹함에 놀랐다. 그는 그저 재미있는 소설을 빨리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작가인가. 나는 아직 모르겠다.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독자와 비평가들이 진지하게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묵직한 호칭을 지어 바쳐야 한다.
그런 재평가 작업을 할 때, ‘외사랑’(소미미디어)이 중요하게 다뤄질 거라 멋대로 짐작해본다. 그러길 바란다. 번역서 기준으로 704쪽 분량인 이 장편소설은, 여러 면에서 ‘용의자 X의 헌신’의 대척.에 있다.
모바일야마토게임
시리즈물의 한 편이 아니며 천재 탐정도 천재 범죄자도 나오지 않는다. 상처 입은 평범한 사람들이 나온다. 트릭과 미스터리가 있지만, 이야기는 트릭 풀이의 쾌감을 중심으로 흐르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거기에 파묻히지 않는 이야기다. 책장을 덮을 때 나는 트릭이나 젠더보다 인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먹먹한 기분이었다.
‘외사랑’이 히가시노의 대표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가 히가시노의 작품을 아직 23편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 80여 편을 모두 읽으려 한다. 그럴 가치가 있는 거장이다. 부디 영면하십시오.
이렇게 빨리 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