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영국이 수년간 환경단체의 반발과 법적 분쟁에 휘말렸던 북해 가스전 개발을 승인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새 가스전이 영국 전체 가스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론 영상에서 캡처한 화면으로 해상에 있는 잭도우 가스전. /로이터통신
2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북해 잭도(Jackdaw) 가스전의 생산을 승인했다. 미아타 판불레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말부터 가스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잭도 가스전은 영국 석유기업 셸(Shell)과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의 합작법인 아두라(Adura)가 운영한다.
◇ 수입 의존도 낮춰야… 전쟁에 커진 에너지 공급 불안
영국 정부가 환경단체의 반발과 논란을 감수하면서 가스전 개발을 승인한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안보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국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국내 가스 생산량마저 수요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해외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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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1960년대부터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해 왔다. 한때 북해 개발은 영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이때 기존의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해외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영국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도 이러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요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노동당 내부의 요구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버넘 총리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지금, 도움이 될 수 있는 국내 에너지 자원을 책임 있는 방식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잭도 가스전이 최대 생산량에 도달하면 국내 가스 생산량은 약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전은 최대 11년간 운영될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국제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내 생산 확대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잭도우 가스전 승인 이후 영국 런던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관련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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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통신
◇ 탄소중립 목표 유지한다지만… 화석연료 개발 논란 여전
잭도 가스전은 오랫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가스전 개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할 때 채굴 과정뿐 아니라 생산된 가스를 실제로 연소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스코틀랜드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 개발 승인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개발업체는 관련 내용을 보완해 허가를 다시 신청했고, 영국 정부는 관련 절차를 거쳐 이번에 생산을 승인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결정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도 일정 기간 천연가스가 필요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가스를 활용하는 게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판불레 장관은 잭도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가스가 영국 내 가정과 기업에 공급된다는 。을 강조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 개발 확대 자체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녹색당은 이번 결정을 ‘기후 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 생산량 늘려도 수급 개선 한계… 친환경 전환과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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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제 가스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도 논란거리다. 로이터통신이 영국 정부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잭도 가스전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석유 환산 4만배럴로 영국 전체 하루 가스 수요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가스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영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엔 부족한 규모다.
영국 정부가 가스전 개발 승인과 함께 청정에너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정책적 부담을 규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초기 투자금 20억파운드(약 3조55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부(富) 펀드(Energy Wealth Fund)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석유·가스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청정에너지 전환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장은 국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 에너지 공급 불안에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 투자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도 낮추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또 다른 북해 개발사업인 로즈뱅크(Rosebank) 유전의 승인 여부도 관심사다. 로즈뱅크 유전은 하루 최대 석유 환산 7만배럴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잭도 가스전과 달리 생산물 대부분은 수출용이다. 판불레 장관은 로즈뱅크 유전 개발에 대해서는 관련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잭도와 로즈뱅크의 가스 생산이 본격화하더라도 북해 전체의 석유 가스 생산량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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