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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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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피해를 당하면 주저하지 말고 신고하라는 기사를 써왔다. 신고하는 것이 피해자의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어떤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를 단죄해 다른 피해가 생겨나는 일을 막을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곽아람 조선일보 기자는 책 <탁월한 피해자>에 스토킹 가해자를 고소했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썼다. “당시의 나는 범죄 피해를 당하면 신고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의 의무라 믿었다. 범죄자를 신고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적 의무라고도 생각했다.” 이 문장 다음에 나오는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돌이켜보면 순진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피해자이니 국가가 나를 지켜주리라 믿었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법적 지식도 있고 자원도 많은 피해자였지만, 가해자를 단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제하는 시스템과 계속해서 싸워야 했다. 젠더폭력 사건을 취재하거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보통 사건 초기까지만 해도 경찰을 찾아가면 일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응당 그래야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수많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볼 기회도 얻지 못한다. 천신만고 끝에 재판이 열리더라도 피해자는 “피해자는 형사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피해자가 접근할 수 있는 재판 관련 정보는 제3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불법 . 물증이 적고 피해자에 관한 편견이 작동하기 쉬운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방청석에서 피고인의 모욕적 주장을 듣고 있어야만 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말과 행동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낱낱이 평가받는다. 자기 재판이지만 자기 재판이 아니다. 서로 다른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큰 줄기는 똑같았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달 수사와 재판 등 형사사법절차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구조적으로 소외되는지, 피해자가 어떤 절차적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 짚는 기획시리즈를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내 사건에 내 자리가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볼 때마다 정신적 구타를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사건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가 너무 많다고 했다. 검사나 재판부가 호의적이면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는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수사와 재판 절차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피해자는 더욱 무력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도, 피해에 대한 치유와 회복도, 사법에 대한 신뢰도 요원하다. [내 사건에, 내 자리를]“왜 그랬습니까?” 피해자가 직접 심문하는 재판은 어떨까 피해자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면 달라질 수 있다 바다게임 . 일본과 독일 등은 피해자가 형사재판에서 당사자 지위를 갖고 공소에 참여하거나 재판에서 피고인을 신문한다. 재판에서 피해자의 성적 전력을 ‘이번에도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는 데 쓸 수 없도록 규정한 나라도 많다. 이달 초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다. 검찰청 폐지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많은 말이 오갔다. 젠더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던 정치세력이 갑자기 젠더폭력 피해자들의 대변자처럼 굴었고, 이들이 피해자를 두고 말실수를 하자 이번에는 반대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광분했다. 피해자는 정쟁의 대상으로 소모됐을 뿐 누구도 피해자에게 어떤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야 할지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검찰청 폐지 절차가 완료되고 정쟁이 다른 이슈로 옮아가자 ‘피해자’를 언급하던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럴 줄 알았지만 씁쓸하다. 그나마 그 논쟁 속에서 피해자의 형사사법절차 참여권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적인 자리에서 지지를 받았단 사실에 기대를 걸어본다. 한국에서는 2011년 피해자참가제도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무산된 전례가 있다. ‘피고인 방어권 대 피해자 권리’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절차의 한 축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신고하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더 억울하고 답답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를 갖고 공소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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