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cut(쇼트컷). 우리말로 '지름길' 또는 '손쉬운', '간단한'이란 뜻을 가진 표현이다. 쇼트컷은 유통업계 전반의 이슈, 기업, 오너, CEO(전문경영인) 등을 대상으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되 짜임새 있는 내용으로 분석 및 해설 기사의 '지름길'을 지향한다. <편집자 주>
불면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뜨고 있는 슬리포노믹스 시장. [제공=챗GPT]
#최근 수면 및 치유를 주제로 한 박람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국내에서 불면증을 앓고 있는 환자 수가 130만여명을 웃돈 가운데 박람회에선 질 좋은 수면을 위한 이른바 '슬립테크(Sleep-Tech)' 기술은 물론 치유, 웰니스 등 다양한 산업상(狀)을 제시했다. 행사에 참가한 기업 및 기관 홍보부스만 250여개에 이를 정도로 향후 수면 산업 및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국이 밤낮없이 찜통더위다. 이상기후 등에 따른 지속된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비단 무더위 때문이 아니더라도 여러 스트레스 및 불안과 우울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130만8383명(2024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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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연구팀 분석으로 성인 기준 불면증을 경험해봤던 누적 환자 수는 813만명에 달한다. 의료계에선 공식 집계를 넘어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매일 숙면하는 한국인 비율은 고작 7% 남짓(2024년)이다. 글로벌 평균치(약 13%)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만성화된 불안과 스트레스, 여기에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는 열대야까지 잠을 방해하는 요소는 。。 늘고 있다. 수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꿀잠을 위해 좋은 매트리스로 바꿔보기도 하고 수면 유도 영양제를 사본다. 수면 데이터를 측정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스마트링과 같은 첨단 슬립테크 기기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을수록 다른 어딘가에서 매출은 늘어난다. 불안과 스트레스, 무더위가 만든 '불면의 시대'가 역설적으로 수면산업을 키운다.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가 합쳐진 신조어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는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한국수면산업협회가 발표한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2011년 약 4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10년 새 6배가량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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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업계에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최근에는 5조원까지 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 해외 수면산업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세계 슬립테크 시장을 2023년 211억달러(약 30조2173억원)에서 2032년 952억달러(136조3359억원)로 네 배 이상의 성장세를 전망했다.
슬리포노믹스 두 성장 축은 침구와 건강기능식품이다. 침구의 경우 숙면을 돕는 프리미엄 매트리스와 기능성 침구, 무더위를 견뎌낼 수 있는 냉감 제품에 요즘은 슬립테크 대표 격인 모션베드까지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다양화가 눈에 띈다. 모션베드는 사용자 자세, 생활패턴에 따라 침대 각도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침구업계 강자 시몬스와 에이스는 수면 전문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렌털 서비스를 앞세운 코웨이를 비롯해 한샘과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마테라소)와 같은 대기업에 소노시즌, 지누스, 슬로우베드, 베스트슬립 등이 차별화를 꾀하며 숙면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요즘에는 저마다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거나 영화관 등과 협업으로 '숙면 경험'에 초.을 맞춘 공간 마케팅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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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안마의자로 인지도가 높은 세라젬은 업계 최초로 한국수면산업협회가 부여하는 '굿슬립 마크'를 획득하며 슬립테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건설은 AI(인공지능) 기반의 수면 환경 솔루션 '헤이슬립'을 선보였다. 이렇듯 분야와 업종을 넘나들며 침구 및 슬립테크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꿀잠'을 돕는 수면 관련 건기식은 식물성 멜라토닌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원료(감태추출물, 가바 등)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쿠팡에서 '수면 영양제'를 검색하면 선택이 어려울 정도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올리브영의 웰니스 매장 올리브 베러에 가면 별도의 매대가 있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의 건기식 독립법인인 CJ웰케어가 수면 테크 스타트업과 손잡고 개인별 수면과 생체리듬을 고려한 맞춤형 멜라토닌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불황이 지속되고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커지는 이 시대, 숙면을 돕는 침대와 영양제 앞에서 지갑은 오히려 열리고 있다. 잠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위안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더 좋은 집과 자동차를 사기 위해 돈을 모았다면 지금은 더 잘 자기 위해 지갑을 연다. 성장의 시대에선 성과를 위한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불면의 시대는 회복을 위한 소비가 대세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어날수록 그 밤을 지켜줄 수 있는 매트리스와 영양제, 슬립테크 제품들을 파는 기업들은 성장 곡선을 그린다. 불면의 시대는 역설적으로 슬리포노믹스의 전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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