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을 넣고 안정시킨 후 실험하기 때문에 냄새가 심할 때도 있습니다. 연구원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23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hy중앙연구소 4층 LMO(Living Modified Organism)실. 사람의 장을 그대로 구현한 ‘대장모사시스템’ 앞에 선 최일동 hy 신성장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다소 불쾌한 냄새가 감도는 실험실이지만 이곳은 hy에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핵심 공간이다. 모유와 분변 등에서 분리한 균주를 사람 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검증하며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과 적용 영역을 확대하는 연구가 이뤄진다.
최 팀장은 “장 건강을 넘어 체지방 감소와 피부 개선, 면역 증진 등 다양한 기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느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먼저 연구소를 소개한 배윤강 hy 연구기획팀 차장은 “오늘은 연구시설을 둘러보는 것보다 50년간 축적한 연구 경쟁력과 데이터를 소개하는 자리로 봐주시면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hy 중앙연구소는 1976년 설립됐으며 1995년 국내 최초로 인체 유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자체 개발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 5096종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와 12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균주 발굴부터 기능성 검증, 산업화,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고 있다.
배 차장은 “제품을 만들기 전에 기능성이 있는 균주를 발굴하고 이를 산업화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연구와 시장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개발부터 제품화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연구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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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연구의 출발.은 프로바이오틱스팀이다. 연구실에는 전국 각지의 발효식품과 모유, 영유아·성인 분변 등에서 분리한 균주가 보관돼 있었다. hy가 50년간 확보한 균주 라이브러리는 5100여종. 이 가운데 기능성과 안전성을 모두 통과한 극소수의 균만 다음 연구 단계로 넘어간다.
김용태 hy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은 “예전에는 유산균이라고 하면 장 건강 정도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체지방 감소나 피부, 면역처럼 원하는 기능을 가진 균주를 찾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며 “인삼, 김치, 모유, 영유아 분변 등 다양한 원천에서 균주를 확보한 뒤 기능성과 안전성을 모두 검증해 선별한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배양접시에서 균을 증식시켜 집락(콜로니)을 만든 뒤 하나씩 분리해 기능성을 분석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선별했지만 지금은 로봇이 자동으로 집락을 인식해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능성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은 안전성이다. 김 팀장은 “식품은 무엇보다 안전이 기본”이라며 “위산과 담즙에서도 살아남는지, 병원성이나 독성 유전자는 없는지 등을 모두 확인한 뒤에야 다음 연구 단계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별된 균주만이 이후 신소재개발팀으로 넘어가 체지방 감소나 피부 개선, 면역 증진 등 개별 기능성을 검증받고, 인체적용시험과 제품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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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개발팀 연구원들은 세포 실험과 동물실험을 거쳐 효능을 확인한 뒤 논문과 특허를 확보하고, 최종적으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하는 단계로 넘긴다.
기자들은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직접 파이펫으로 시약을 옮겨 담고 시험관을 섞는 항염증 실험에 참여했다. 면역세포 배양액이 담긴 시험관 4개에는 각각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대조군 ▲염증 물질만 처리한 군 ▲염증 물질과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함께 처리한 군 ▲염증 물질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처리한 군이 준비됐다.
시약을 넣자 결과는 색으로 드러났다. 대조군은 거의 무색을 유지한 반면 염증 물질만 처리한 시험관은 선명한 붉은빛으로 변했다. 면역세포에서 생성된 산화질소가 아질산염 형태로 축적됐다는 의미다.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처리한 시험관은 가장 옅은 분홍빛을 띠며 염증 반응이 크게 줄었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리한 시험관 역시 약물만큼은 아니지만 붉은색이 눈에 띄게 옅어져 항염증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주연 hy 신소재개발팀 팀장은 “면역 반응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과도해지면 염증이나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프로바이오틱스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얼마나 조절하는지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선별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신장 손상 동물실험 결과도 공개했다. 신장에 스트레스를 준 조직에서는 세포 사멸을 의미하는 형광 신호가 곳곳에서 관찰됐지만,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조직에서는 형광 신호가 크게 줄어 세포 손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실제 소비자 제품으로 탄생하는 마지막 단계는 유제품팀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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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균주를 배양한 원액에 시럽과 농축액, 향료를 배합해 최종 제품의 맛과 향을 완성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최지훈 hy 유제품팀 책임연구원은 “제품 개발은 배양액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맛과 향을 구현하느냐가 핵심”이라며 “같은 딸기 맛이라도 잘 익은 딸기의 달콤한 풍미를 낼지, 산뜻한 느낌을 살릴지에 따라 향료와 농축액 배합이 모두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향은 소량만 넣어도 맛이 크게 달라지고, 배합 비율에 따라 제품의 완성도가 결정된다”며 “소비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없이 배합을 반복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즉석에서 만든 음료보다 하루 정도 숙성(에이징)한 뒤 마시면 향이 액상 전체에 고르게 퍼져 한층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장팀은 장 건강을 넘어 새로운 기능성을 찾는 연구를 담당한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AI를 접목해 개인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일동 팀장은 “예전에는 유산균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균주를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경쟁력”이라며 “체지방 감소와 피부, 면역에 이어 항산화와 근력 등 새로운 기능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도 나이와 식습관, 질병 이력 등에 따라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달라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hy는 바이오인포매틱스와 AI를 활용해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고 있다. 최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장내 환경을 분석해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를 제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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