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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8-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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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는 기후 행진 깃발이 휘날린다. 소셜미디어에는 기후위기 해시태그가 넘쳐나고, 소비자는 친환경 상품을 고르고,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광고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탄소중립을 공언한다. 말은 사방으로 넘쳐나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멈춤 없이 치솟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과학 지식이나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기후과학의 경고도 있고, 폭염을 겪으며 커진 불안도 있으며, 수많은 구호와 약속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법과 예산,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으로 옮길 정치적 힘은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다. 기후정치가 표류하는 이유는 말하는 사람이 적어서가 아니라 한번 나온 말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힘을 가지게 해줄 조직과 제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무엇이 위태로운지에서 출발해, 그 절박함이 왜 조직된 힘으로 모아지지 못하는지를 묻고, 그 힘을 어떻게 조직할 수 있는지를 차례로 짚어보려 한다. 무엇이 위태로운가 지금까지 인류 사회는 서로 다른 가치와 욕망,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번영해왔다. 그러나 그 번영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물질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지구가 끝없이 자원과 에너지를 내어주고,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끝없이 받아줄 것처럼 여겨온 대가가 이제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가열이 빨라질수록 기후 시스템은 균형을 잃어 불안정해진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와 산불, 해수면 상승은 단지 불편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다. 마실 수 있는 물, 적절한 식량, 안전한 거주지처럼 우리의 삶을 떠받치는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분쟁, 기후난민의 폭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기후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 영향력은 우리에게 통제력을 주지 않는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급변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임계。, 즉 티핑 포인트다. 빙하가 줄어들면 지표가 햇빛을 덜 반사해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 영구동토가 녹으면 자연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게 되고, 가뭄과 산불로 숲이 훼손되면 탄소 흡수 능력도 약해진다.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 증폭되기를 반복하면, 작은 소리가 。. 커지다가 귀를 찢는 굉음으로 바뀌는 것처럼, 변화가 다시 변화를 키우는 증폭 되먹임은 지구가열을 가속화한다. ▲ 쑥대밭 된 거제... 물폭탄에 '아수라장'?지난 광복절 연휴 기간 경상남도 거제시에 누적 강우량 927㎜에 달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8월 18일 오후 거제 옥포동 상가 일대 곳곳이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 김보성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이 1.5℃를 넘어서면 티핑 포인트를 통과할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1.5℃와 2℃, 그 0.5℃의 간극은 단순히 '조금 더 더운 세계'의 차이가 아니다. '되돌릴 수 있는 세계'에 머물 확률과 '돌이킬 수 없는 세계'로 미끄러질 확률이 급격히 갈라지는 구간이다. 확실한 피해가 눈앞에 닥친 뒤에 대응을 시작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행동은 조직되지 않는가 그동안 기후위기는 개인의 도덕적 실천, 기업의 이미지 제고, 여론 형성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개인에게는 덜 소비하고, 재활용하고, 친환경 상품을 고르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발전소와 산업단지, 주택과 교통망, 일자리와 전환 비용의 배분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소비 선택이 아니라 정치와 제도다. 시민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석탄발전소가 저절로 멈추지는 않는다. 20세기 정치는 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와 같은 두터운 조직을 통해 작동했다. 사람들은 의견을 표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계와 공동의 목표 속에서 정치적 주체로 결집했다. 이 조직들은 요구를 모으고, 대표를 세우며,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협상했다. 그 결과 노동시간과 임금, 복지와 안전, 차별과 권리에 관한 제도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 오늘날 빠른 정보 유통 속에서 깊이 있는 성찰은 즉흥적 감정 반응에 밀려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좋아요'와 '싫어요'의 클릭으로 대체된다. 참여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지속적인 책임과 연대의 끈은 헐거워졌다. 온라인 서명, 집회와 행진, 해시태그 캠페인은 분명 의제를 만들고 침묵을 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력·철강·건설·운송과 같은 핵심 부문을 재편할 수 없다. 핵심 부문의 재편은 비용과 권한,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다시 배분하는 갈등적인 과제이고, 그 길에는 강력한 기득권의 저항과 실재하는 전환 비용이 놓여 있다. 그래서 조직이 필요하다. 탈탄소 전환과 노동·복지·지역경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조직으로 다시 설 때, 전환은 구호에서 제도로 넘어갈 수 있다. 왜 정치는 갈등을 피하는가 민주주의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부딪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대립을 폭력과 배제가 아닌 토론과 선거, 제도와 시민운동을 통해 생산적으로 겨루게 만드는 것이 민주정치의 본질이다. 기후위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떤 감축 경로를 택할지, 전환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할지,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숫자 계산만으로 정할 수 없는 정치적 선택이다. 자연은 협상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전환의 비용과 책임은 협상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기후위기는 한편으로 개인의 도덕 문제로,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의 기술 문제로 축소되며 정치 바깥으로 밀려난다. 권력과 자원 배분의 문제가 탈색된 채 기술 관료주의의 영역으로 축소된다. 정치가 갈등을 우회하는 까닭은 갈등을 인정하는 순간 누가 무엇을 내놓을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과제'라는 모호한 수사는 그렇게 구체적인 책임의 격차를 지워버린다. 문제는 갈등의 회피가 필연적으로 '갈등의 왜곡'을 부른다는 。이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충돌, 지역 주민과 개발사업자의 대립, 기후 책임의 세대 간 배분처럼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정책적 전선은 사라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을 덮는 화합이 아니라 '갈등의 방향을 바로잡는 정치'다. 갈등은 제거해야 할 불협화음이 아니라, 무엇이 '정의로운 전환'인지를 합의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 자원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갈등의 방향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책임의 좌표를 정확히 찍어야 한다. 자연의 착취는 어김없이 인간의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부유한 이들은 지구의 물질적 한계를 넘어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가난한 이들은 약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위험에 노출된다. 밑바닥의 모든 부와 자원을 빨아들여 꼭대기로만 퍼 올리는 불평등 시스템은 자연과 사회까지 함께 붕괴로 몰아간다. 책임의 좌표가 가리키는 곳은 구조적 권력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체제는 자본과 산업 구조, 고용과 지역경제, 규제와 투자 방식이 얽힌 정치경제적 권력의 문제다. 따라서 구조적 권력에는 구조적 정치로 맞서야 한다. 에너지 체제 개편, 산업 구조 혁신, 공공 인프라 투자는 노동과 시민사회의 조직된 압력 없이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와 취약계층에게 전가하는 자본과 이를 방치하는 정부에 정면으로 책임을 묻는 '수직적 전선'을 세워야 한다. ▲ "살려주세요!"?2025년 9월 27일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는 슬로건을 건 기후정의행진에서 청소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929기후정의행진 구조적 정치는 저절로 세워지지 않는다. 조직은 다수의 동원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다수는 자신의 삶의 문제로 체감할 때 비로소 움직인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일자리, 주거, 건강, 돌봄, 지역 소멸 등 시민의 구체적인 삶의 조건과 단단히 맞물려야 한다. 기후정치는 평범한 다수의 생존을 지키는 삶의 정치다. 이 연결을 끈질기게 정책과 제도로 옮겨낼 조직이 작동할 때, 기후정치는 소수의 도덕적 호소를 넘어 권력을 움직이는 다수의 대중정치로 거듭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도덕적 훈계의 크기가 아니라, 제도를 관철하는 조직의 지속성이다. 어떤 세상을 열 것인가 우리는 모두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공기로 숨 쉬고 같은 물을 마신다. 다만 그 '우리'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같지 않다. 생존의 토대는 이념이 아니라 물리 법칙 위에 서 있다. 물리 법칙은 각자가 어떤 가치를 택하든, 그 선택이 우리 모두가 함께 서야 할 기반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과학은 정치의 경계 조건을 정하고, 민주정치는 그 경계 안에서 정의로운 경로를 선택한다. 자연은 협상하지 않는다. 물리 법칙이라는 틀 안에서 작동하는 정치, 그것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가장 확고한 토대다.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일은 부서진 지구를 회복하는 일이자, 경쟁과 불안으로 뒤틀린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극복해야 할 것은 재난 자체가 아니라, 재난을 불러온 우리 삶의 방식, 나아가 이 문명이다. 미증유의 기후위기는 우리가 문명의 낡은 방식을 스스로 넘어설 수 있는지를 묻는 문명사적 시험대다. 이 위기는 식량, 물, 에너지, 경제, 일자리, 불평등 등 사회 전반의 모순과 얽혀 있다. 그렇기에 이 모든 문제를 함께 바로잡을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은 더 큰 공포나 더 많은 캠페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전환의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고, 일자리와 주거와 건강을 지키며, 책임이 큰 곳에 더 큰 몫을 묻는 제도를 요구할 때 비로소 생긴다. 기후정치의 과제는 갈등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조건을 지키는 방향으로 갈등을 조직하는 일이다. 그 조직된 갈등이야말로 이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최후의 기회이자 최선의 기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기과학자로,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네트워크(ESC)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황금성나비 . style="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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