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으로 첨단기술 분야까지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는 전략은 지금까지 잘 작동해왔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 대출과 해외 직접투자로 재순환돼 위안화 환율 절상 압력을 해소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이같은 중국의 수출 극대화 전략을 ‘차이나 쇼크 2.0’이라고 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대응전략을 수립해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의 수출 극대화 전략이 지금까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이유(Why China’s export-maximizing strategy is working-for now)’라는 제목의 글에서 4가지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서방 산업이 경쟁력을 다시 구축할 때까지 적어도 특정 국내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제품을 차단하는 것은 방어 가능한 대응이다.
둘째는 현재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는 서방의 지속적인 강。, 즉 금융과 최첨단 공급망에서 서방의 우위와 개방적이며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을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것이다.
셋째는 글로벌사우스를 둘러싼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보다 더 신뢰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네 번째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신뢰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들끼리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앞서 말한 어느 것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는 단순한 불공정 무역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2025년 1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흔히 불공정 경쟁이나 환율조작의 증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의미는 그보다 훨씬 크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민간소비를 억제하고 산업투자를 보조하며, 국내시장이 소화하지 못하는 생산물을 해외로 내보내는 ‘자급자족’ 전략이 만들어낸 가시적 결과물이다.
중국의 전략은 많은 분석가들이 인정하듯 중상주의적(mercantilist)?이다. 다만 널리 충분히 인식되지 않는 것은 이 익숙한 중상주의가 이제 첨단 제조업, 글로벌 가치사슬, 지정학적 포지셔닝을 통해 작동하고 있다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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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은 단순히 무역정책이나 환율외교만으로 중국의 중상주의를 바로잡을 수 없다. 이를 보다 광범위한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일부로만 보는 것도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무역흑자가 공정한지, 조작된 것인지는 흥미로운 질문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이, 자국의 생활수준과 정치적 안정이 .. 더 위협받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에 의해 억제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음 ‘차이나 쇼크’
중국의 전략은 서로를 강화하는 세 개의 축에 기반한다.
첫 번째는 산업이다.
빠른 기술 확산, 특정 산업에서 공공보조금으로 촉진되는 치열한 국가주도 경쟁, 생산사슬 전반의 긴밀한 통합이 핵심이다. 이 모든 요소는 중국 기업에 거의 어떤 경쟁국도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의 우위를 제공할 만큼 큰 내수시장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제조업 기반은 국내수요가 정체되는 가운데서도 계속 확대됐다. 이는 중국 기업들을 국내에서는 파괴적인 가격경쟁으로, 해외에서는 공격적인 수출가격 책정으로 내몰았다. 서방 생산업체들이 밀려났고, 이를 두고 이른바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두 번째 축은 금융이다.
중국의 대외흑자 상당 부분은 외환보유액으로 쌓이는 대신 해외 대출과 해외직접투자(FDI), 인프라 금융으로 직접 재순환된다. 외환보유액으로 축적됐다면 위안화 가치에 상승 압력이 가해졌겠지만, 중국은 이를 다른 방식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재순환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국유은행과 정책금융 수단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노골적인 시장개입은 상대적으로 적게 필요하다. 그리고 원래라면 환율 조정으로 이어졌을 대외흑자를 금융 국가전략(financial statecraft)?의 도구로 전환한다.
세 번째 축은 지정학이다.
베이징은 산업 효율성만을 위해 수직계열화와 공급망 통합을 추진해온 것이 아니다. 이를 의도적으로 지렛대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희토류와 기타 핵심광물의 채굴·가공 분야에서 지배력을 확보함으로써 중국은 현재 서방의 방산, 자동차, 전자산업이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투입재의 병목지.(chokepoi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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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통제하게 됐다.
같은 논리는 저소득국과 신흥국의 기술, 항만, 기타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도 적용된다. 중국의 금융은 이런 국가들에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그 의존관계는 상업적 이익뿐 아니라 지정학적 이익도 가져다준다.
모델 내부의 모순
물론 중국의 대외적 성공 이면에는 상당한 내부 긴장이 존재한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정.을 지났다. 주요 연구들은 21세기 중반까지 중국 노동력이 약 4분의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대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규모의 조정이다.
가계 자산은 여전히 부진한 부동산시장에 묶여 있고, 높은 청년실업률은 지난 30년의 고속성장을 떠받친 사회계약을 시험하고 있다. 이는 중국 모델의 실제적인 제약이다. 소비를 억제하고 생산을 보조하는 데 의존하는 경제가, 줄어드는 노동력과 소비를 꺼리는 가계부문을 무한정 외면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역설이 바로 이것이다. 중국 체제를 권력 변화에 강하게 만드는 바로 그 도구들이 중국의 장기 경로를 더 읽기 어렵고 잠재적으로 더 위험하게 만든다.
내부 모순을 성장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질수록 압박을 받는 지도부는 경제개혁보다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의 대외적 공세(external assertion)?를 국내 불만을 통제하는 데 더 유용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역사는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국가들이 경쟁국과 비교해 자국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한다고 판단할 때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상대적 국력의 굴욕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쇠퇴에 직면한 지도자에게는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우위를 선.하려는 승부수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실제로 이런 패턴을 보이는지는 논쟁 중이다. 하지만 서방 전략가들이 이를 먼 미래의 가능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독일의 선례
중국의 궤적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제적인 역사적 선례가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새롭게 통일된 독일제국이다.
당시 독일은 프로이센의 군사적 이상을 지향하는 권위주의 정권 아래 긴밀히 통합된 기업·산업 구조를 갖췄고, 거대한 내수시장과 빠른 기술 추격을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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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기존 경제모델에 기반해 움직이던 경쟁국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경제·군사 역량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기존 강대국들과의 마찰이 커졌고 결국 분쟁으로 폭발했다. 보다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가 다시 구축되기까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유럽 국가체제의 거의 완전한 소진이 필요했다.
최근 영국과 독일의 경쟁을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이 경쟁은 화학, 전기장비, 기계 등 군민양용 산업의 초기 글로벌 공급망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영국은 고부가 금융과 해운을 지배했고, 독일은 권위주의적·조합주의적 모델 아래 제조업에서 빠르게 추격했다.
양국의 경쟁은 해군 재무장과 식민지 경쟁으로 나타났지만, 경제국가전략을 통해서도 전개됐다. 영국은 해운로와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무기화하려 했고, 독일은 보다 자급적인 대륙 산업기반으로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는 오늘날 정책당국자들이 우려해야 할 평행선이다. 자본과 산업을 내부 저항 없이 지휘할 수 있는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결합된 중상주의 경제모델은 수년간 지속적인 경제적, 어쩌면 군사적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하나 불편한 현실은 오늘날 새롭게 부상하는 강국과 민주주의 기존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에는 20세기에 미국이 두 차례 유럽을 구해냈던 것처럼 판도를 뒤집어줄 외부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다.
시간은 여전히 중국 편이다
경제·금융 측면에서 여전히 중국을 앞서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버텨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조율된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내부 모순 가운데 어느 것도 공산당 체제의 임박한 위기를 시사하지 않는다. 인구감소 규모는 실제로 크지만 속도는 충분히 느리다. 따라서 노동력이 생산을 의미 있게 제약할 정도로 줄어들기 전에 중국은 현재의 강。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화와 로봇공학의 지속적인 발전까지 더해지면 중국은 내부적 긴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는 시.을 훨씬 지나서까지도 강력한 경쟁세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인구감소에 의존하거나 중국 내부 모순이 알아서 경쟁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가정하는 대응전략은 전략이 아니다. 시간에 거는 도박일 뿐이다.
미국과 유럽도 고령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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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높은 생활수준은 더 높은 인건비로 이어지고, 사회복지에 대한 약속도 더 크다. 이 두 요소는 산업 대응의 속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다. 더구나 과거 경제적 어려움이 보호주의 반발을 낳았듯 오늘날의 불평등 확대와 경제적 쇠퇴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 필요한 지속적이고 인내심 있는 산업·기술 대응을 펼칠 정치적 공간을 줄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대응전략 설계
어렵겠지만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 앞에 놓인 과제는 장기 경쟁을 버텨낼 만큼 지속 가능하면서도 군사적 충돌로 번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조정된 대응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 사이 서방 경제는 불안이 아니라 힘의 우위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적 깊이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첫 번째 요소는 차이나 쇼크 2.0을 직접 완화하는 것이다. 서방 산업이 경쟁력을 다시 구축할 때까지 적어도 특정 국내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제품을 차단하는 것은 방어 가능한 대응이다.
하지만 무역방어 조치는 한계효용이 。차 줄어든다. 관세장벽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지만 경쟁력을 자동으로 회복시켜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관세는 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로 활용해야지, 전략 자체를 대신하는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현재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는 서방의 지속적인 강。을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에서 서방의 우위는 지난 80년 동안 달러 중심성을 떠받쳐온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이며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있다. 우선순위는 이 시스템 안에서 돈과 증권이 이동하는 방식을 현대화해 계속 빠르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 동맹국들은 최첨단 AI, 첨단 반도체, 고급 공작기계 공급망의 핵심 지.에서 중요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통제는 이 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장벽을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글로벌사우스를 둘러싼 경쟁을 가속하는 것이다. 변화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베이징의 일대일로(BRI) 사업 실패와 부채위기 심화, 자본 공급자에서 채권 회수자로의 전환은 이미 중국의 평판을 훼손했다. 하지만 바로 이런 기회가 나타난 시.에 서방 정부들은 공적개발원조(ODA)를 동시에 줄였다. 다자개발은행의 금융지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많은 개발도상국 정부들은 양허성 대출보다 시장접근과 기술이전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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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앞으로 수십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소비시장 가운데 하나라는 。뿐 아니라, 서방이 중국보다 더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지역이라는 。에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네 번째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신뢰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들끼리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앞서 말한 어느 것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미국 행정부의 동맹 접근법은 유럽의 국방비 지출 가속처럼 일부 유용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동시에 신뢰를 약화시켰다. NATO와 전 세계의 다른 조약 동맹국들은 여전히 미국에 중요한 전력승수 역할을 한다.
반면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좁은 범위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 이미 긴장받고 있는 경제관계에 한정돼 있고, 대서양 동맹을 특징짓는 더 깊은 문화적·제도적·역사적 유대는 부족하다.
힘에 기반한 합의
요약하면 앞으로의 전략적 과제는 중국 통화가 저평가돼 있는지, 또는 중국 보조금이 무역규범을 위반하는지를 다시 따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지속적인 강.을 활용하는 것이다. 교육, 기초연구, 금융·기업가 역량, 그리고 다소 혼란스럽더라도 더 개방된 정치체제가 제공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의 지배적 강국 부상은 예정된 운명이 아니다. 중국 외교는 스스로 한계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공식 동맹을 꺼리는 성향은 하드파워를 지속적인 영향력으로 증폭시키는 신뢰 기반 연합을 구축하는 능력을 제약한다.
낮은 국내 생산성, 인구 구조, 기술 자급자족의 미완성도 현재 중국의 우위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에 실제적인 상한을 만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조만간 스스로 정체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또 중국의 구조적 제약을 확신한다고 해서, 자신의 우위가 유지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한 지도부가 。진적 쇠퇴보다 대결을 선택할 가능성을 안일하게 봐서도 안 된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구체적인 왜곡을 진단하는 데는 유용하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미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변수는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직 그럴 힘이 남아 있는 동안, 평화적 경쟁의 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형성할 수 있는 일관되고 협력적인 대응전략(counterstrategy)?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이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내심 있는 산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