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이는 더 이상 초등학생만의 장난감이 아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말랑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행복을 느끼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말랑이는 손만 있으면 되잖아요."
직장인 성리예(36)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말랑이를 주무른다. 성 씨는 "아무리 꽉 쥐어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고, 방금 느꼈던 촉감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계속 손이 간다"고 말했다. 어린이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말랑이가 이제는 2030 직장인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해소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말랑이는 고무나 실리콘, 고밀도 스펀지처럼 탄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피젯 토이(fidget toy)다. 손으로 쥐고 늘리면서 촉감을 즐길 수 있고, 슬라임과 달리 형태가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쫀득 말랑이, 크런치 말랑이, 슬랑이 등 종류도 다양하며, 가격은 개당 2000원부터 1만 원 이내다. 최근에는 .토 공 겉면을 왁스로 코팅한 '왁뿌볼’까지 유행하며 일명 '촉감 소비’가 식품·뷰티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SNS 타고 직장인 책상 위까지 .령
말랑이는 올해 초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관심을 얻었다. 만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ASMR 콘텐츠부터 종류별 제품을 소개하는 숏폼 콘텐츠까지 인스타그램에 '말랑이’ 혹은 '스퀴시(squishy)’를 검색하면 350만 개 이상의 관련 게시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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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소연(30)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비누 크런치 말랑이 영상을 본 뒤 서울 강남역에서 처음 말랑이를 구매했다. 박 씨는 "ASMR 소리가 너무 좋아 이후 셔벗, 치즈, 망고 크런치 말랑이를 더 샀다"며 "회사 동료 6명도 따라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말랑이의 인기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으로도 번졌다. 7월 13일 기준 빅데이터 기반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말랑이’의 월간 검색량은 18만5000건으로, 연관 키워드 1위는 '동묘 말랑이’였다. 문구완구 거리에는 여러 종류의 말랑이가 박스째 진열돼 있었고, 온라인몰에서는 '청사과 왁뿌 말랑이’ 등 인기 제품 대부분이 품절 상태였다.
직장인 조려진(31) 씨도 창신동이 화제라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조 씨는 "예전에도 슬라임을 좋아했는데, 직접 만져보고 잔뜩 사 왔다"며 "업무 중 간식이 생각날 때 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싶었는데, 조몰락거리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렸다"고 했다.
직장인 성리예 씨가 직접 구매한 ‘메론구름빵’ 말랑이. 블랙핑크 로제와 배우 문채원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각각 니도 스트레스 볼과 말랑이를 소개한 모습(왼쪽부터).
슬라임에서 시작된 촉감 장난감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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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른들의 촉감 사랑은 슬라임 유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해외에서 시작된 슬라임 열풍이 국내로 이어지면서 틱톡·유튜브를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물풀과 색소, 붕사 등을 섞어 직접 만들어보는 슬라임 카페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블랙핑크 로제가 팟캐스트와 유튜브 콘텐츠에서 '니도(NeeDoh) 스트레스 볼’을 소개하면서 촉감 장난감이 다시 주목받았다.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온오프라인 재고를 찾아다니는 '니도 사냥(NeeDoh hunt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니도 스트레스 볼은 미국의 유명 장난감 제조사 '실링(Schylling)’ 제품으로, 탄성은 있지만 말랑이보다 다소 단단한 고무 소재 촉감을 가졌다.
이러한 촉감 소비는 식품·뷰티업계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개인 카페를 비롯한 F&B 브랜드에서는 왁뿌볼의 소리와 촉감을 구현한 빵과 케이크를 선보였다. 빵 겉면을 초콜릿이나 설탕으로 코팅해 부숴 먹는 재미를 더한 것. 지난 6월 뚜레쥬르는 본。과 강남직영。에서 한정으로 판매하던 '아그작 케이크’에 레몬과 멜론 맛을 추가했고, 7월 17일 GS25도 화이트초콜릿으로 소금빵을 코팅한 '망고크림 초뿌 소금빵’을 출시했다. 뷰티 브랜드 아떼는 일본 산리오 인기 캐릭터 '폼폼푸린’과 협업해 선크림 구매 고객에게 말랑이를 증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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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뿌볼, 말랑이의 유행은?식품·뷰티업계까지 금방 번졌다.
조물조물 만지며 스트레스 해소
2030 직장인들이 출퇴근길과 회사에서까지 말랑이를 주무르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서다. 직장인 신 모(30) 씨는 "주물럭거리다 보면 생각도 없어지고, 무언가 뜯고 싶을 때 만지기 좋다"며 "(말랑이를) 터트리고 또 사고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바이 쫀득 쿠키 인기에 이어 이제는 식감과 촉감 자체를 즐기는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다. 배우 문채원, 개그맨 박명수, 레드벨벳 슬기 등 연예인들 역시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말랑이를 갖고 노는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말랑이처럼 도파민을 주는 작은 장난감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연필을 돌리거나 다리를 떠는 등 반복 행동을 하는데, 말랑이는 이런 행동을 촉감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며 "성인이 된 뒤에도 어린 시절의 취향을 유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불안과 과도한 경쟁, SNS 피로감이 커질수록 작은 만족을 주는 촉감 소비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계속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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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니도공식인스타그램 아떼인스타그램 CJ뉴스룸웹사이트 GS리테일 유튜브 'First We Feast’ '문채원’ 캡처
때 만지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