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야심차게 도입했던 칠리스의 서빙 로봇
“인공지능(AI)을 도입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시대에 뒤처질 것 같다”는 소외공포(FOMO)가 전 세계 기업들을 덮쳤습니다.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서빙 로봇을 들여오고, 음성 인식 AI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며 ‘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AI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을 때,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50년 차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화려한 서빙 로봇을 매장에서 전면 치워버리고, “AI에 올인(몰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미국의 대표적인 캐주얼 다이닝(대중식당) 체인, ‘칠리스(Chili’s)‘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 역발상 투자의 결과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칠리스의 모기업 주가는 2022년 이후 무려 500% 이상 폭등했고, 20분기 연속 성장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미국 매출 2위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로 도약했습니다.
모두가 AI와 첨단 기술을 부르짖을 때, 칠리스는 도대체 무엇에 투자했길래 외식업 불황 속에서 홀로 대역전극을 써 내려갈 수 있었을까요?
소셜 미디어에서 최신 트렌드 브랜드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칠리스는 1975년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래리 레빈(Larry Levine)이 설립해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있는 레스토랑 체인(식당 가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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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와 바비큐 립 등을 파는 소박한 동네 식당에서 시작해 전 세계 16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체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멕시코 전통 음식이었던 ‘화히타(철판에 볶은 고기와 채소를 토르티야에 싸 먹는 요리)’를 미국 대중 외식 문화의 주류로 끌어올린 주인공이 바로 칠리스입니다.
특히 미국 최고 인기 시트콤 ‘오피스’ 팬들에게 칠리스는 성지(聖地)나 다름없습니다. 극 중 주인공 마이클 스콧(스티브 카렐 분)이 지。 직원들을 데리고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꼭 찾던 곳이 칠리스였죠.
“로봇 치우고 Wi-Fi부터 바꿉니다”
1975년 문을 연 칠리스 1호。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칠리스의 미래는 어두웠습니다. 1975년 텍사스주 달라스의 소박한 햄버거집으로 시작해 미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브랜드는 급격히 노화되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칠리스의 모기업 브링커 인터내셔널은 구원투수로 KFC US 사장을 지낸 외식업 베테랑 케빈 호치만(Kevin Hochman) CEO와 30년 경력의 외식 IT 전문가 크리스 콜드웰(Chris Caldwell) CIO를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내린 첫 번째 결단은 업계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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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웰 CIO는 부임 직후 언론의 헤드라인(머릿기사)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서빙 로봇을 매장에서 전면 철수시켰습니다. 외식업계에 유행처럼 번지던 AI 음성 전화 주문 도입 계획도 전면 백지화했습니다.
대신 그는 매장에 닥친 진짜 문제들에 주목했습니다. 콜드웰은 직원들이 구형 시스템 때문에 모래시계 로딩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영상을 촬영해 경영진에게 보여주며 설득했습니다.
그에게 설득된 경영진은 AI에 쓸 예산을 전국 1200개 매장의 Wi-Fi(무선 데이터 전송) 망 전면 교체, 매니저용 노트북 1200대, 서버용 최신 iPad 2만3000대, 주방 터치스크린 9000대를 구매하는 데 쏟아부었습니다.
겉보기에 화려한 ‘AI 신기술’ 대신, 매장의 혈맥이 되는 ‘기초 IT 인프라’를 다지는 단순하지만 용감한 역발상을 선택한 것입니다.
부활 이끈 세 가지 열쇠
기초 인프라를 바로잡은 칠리스는 곧바로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강력한 공격에 나섰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핵심 전략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패스트푸드를 위협하는 ‘압도적 가성비’
최근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가격을 대폭 올리며 “더 이상 패스트푸드가 싸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호치만 CEO는 이 틈새를 정면으로 노렸습니다.
에피타이저, 메인 요리, 음료를 묶어 10.99달러부터 시작하는 ‘3 for Me(나만의 3종)’ 가성비 세트를 내놓으며 패스트푸드 고객을 흡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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