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살을 빼는 데 그치지 않고 노화 자체를 늦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60대에 접어든 생쥐에게 뒤늦게 약물을 투여했는데도 근력과 기억력이 좋아지고 수명이 약 12% 늘었다.
‘사람 나이 60대’ 위고비 맞은 쥐…수명 92일 늘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생후 20개월 된 고령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노화 관련 효과를 분석했다. 생후 20개월은 사람으로 치면 약 60대에 해당한다.
연구팀이 세마글루타이드를 매일 투여한 생쥐 40마리의 중앙수명은 834일이었다.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 39마리의 742일보다 92일, 12.4% 길었다.
이를 사람의 수명에 단순 환산하면 상당한 차이다. 기대수명이 약 83세인 영국 여성을 기준으로 12%가량의 수명 증가 폭을 기계적으로 대입할 경우 약 9~10년에 해당한다. 즉 이번 동물실험에서 관찰된 차이를 사람에게 단순 환산하면 90세를 넘겨 사는 수준의 증가 폭인 셈이다.
오래 살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약물을 투여받은 생쥐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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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하는 막대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과 철망에 매달리는 근력, 달리기 지구력 등 신체 기능도 개선됐다. 공간 기억력 등 인지 기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몸속에서도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만성 염증과 세포 노화, 줄기세포 고갈, 유전체 불안정,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등이 완화됐다.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뇌 해마의 ‘치아이랑’에서는 신경줄기세포 활동과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도 증가했다.
똑같이 덜 먹고 살 빠졌는데…세마글루타이드군만 달랐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세마글루타이드 자체의 효과인지, 약물 때문에 식욕이 줄어 적게 먹은 결과인지도 따져봤다.
이를 위해 별도의 실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생쥐와 먹이의 칼로리를 24% 줄인 생쥐를 5개월 동안 비교했다. 칼로리 제한 폭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이 약물 투여 후 스스로 줄인 먹이 섭취량에 맞췄다.
두 집단은 비슷한 수준으로 체중이 줄었고 여러 생리 지표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차이도 있었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는 탐색 행동과 공간 기억력, 혈당 조절 능력이 기존 수준보다 향상된 반면 단순히 칼로리만 제한한 집단은 대체로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대사 반응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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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제한군은 산소 소비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떨어진 반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정상적인 대사율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가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데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과정에 별도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만·당뇨 넘어 ‘노화 치료제’ 될까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로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GLP-1과 유사하게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한편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한다.
그동안 세마글루타이드는 연구를 통해 심혈관계와 신장, 간 등 여러 질환과 관련한 효과가 보고돼 왔다. 연구진은 하나의 약물이 서로 다른 여러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에 ‘노화 과정’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라파엘 데 카보 수석 연구원은 “대부분의 만성 질환은 노화 과정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며 GLP-1 계열 약물이 실제 노화를 지연시킨다면 여러 건강상 이.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연구가 실험실에서 고령의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사람과 생쥐는 생리 구조와 수명, 생활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수컷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사람이 장기간 약물을 사용할 경우 수명이나 건강수명이 실제 늘어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됐다. 공간 기억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