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불편해 매일 전동휠체어를 타다 보니 다리에 힘을 줄 기회가 거의 없어요. 이 세발자전거는 다리에 힘을 쓰도록 돼 있어서 운동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홈케어·재활·복지 전시회’에서 미국 리프톤의 장애인용 특수 삼륜자전거를 타본 50대 남성 이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 화장실에서 변기로 옮겨 앉을 때 외에는 다리에 힘을 줄 일이 많지 않다는 그는 페달을 직접 밟아본 뒤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위엑스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외 236개 기업이 참가했다. 인공지능(AI)과 에이지테크를 접목한 돌봄 기술부터 이동·보조기기, 목욕·배설 관리 제품까지 고령자와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돌봄 인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 말 거는 AI 로봇, 걸음걸이 읽는 장치…똑똑해진 돌봄 기술
“만나서 반가워요!”
토룩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AI 로봇 ‘리쿠’가 얼굴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걸었다. 리쿠는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고 표정과 몸짓, 대화를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소셜로봇이다.
전시장에는 시니어 대상 정서 지원과 인지훈련, 건강체조, 일정 안내 등에 활용하는 모델이 소개됐다. 토룩 관계자는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 게임도 있고 함께 운동할 수도 있다”며 “리쿠가 보조교사처럼 옆에서 같이 운동해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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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공식 소개에도 리쿠는 정서 케어와 인지훈련, 건강체조 등을 지원하는 시니어 돌봄 로봇으로 설명돼 있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장비도 눈에 띄었다. 탱고플러스의 보행 분석 시스템 ‘탱고 스텝’은 일상적인 걸음걸이를 측정해 낙상 위험과 재활 과정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탱고플러스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직접 체험해 보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 목욕부터 배설 처리까지…돌봄인력 부담 던다
현장에는 돌봄인력의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품도 많았다.
앉은 자세에서 샤워할 수 있는 휠체어형 입욕장치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품을 공급하는 동방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분을 사람이 직접 씻기다 보면 힘든 부분이 많다”며 “조금 더 편하게 목욕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세한 기포를 이용해 세정하는 마이크로버블 기능도 적용됐다.
제품을 본 시니어 토탈케어 서비스 기업 실버케어플러스 관계자는 “요양원에 도입할 만한 기구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요즘 노인 돌봄 분야에서는 사람의 손을 덜 거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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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자동 배설 관리 기기의 실제 작동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변을 대신해 에그샐러드를 넣고 ‘자동’ 버튼을 누르자 약 30~35도의 세정수가 나온 뒤 내용물을 바로 흡입했다. 세정수와 바람이 반복적으로 작동해 피부를 씻고 말리는 구조다.
개발사 유지제이 관계자는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기저귀를 찬 상태로 배변한 뒤 교체가 늦어지면 피부 손상이 생길 수 있다”며 “바로 세척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어르신의 경우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자체가 돌봄 인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침대가 이동수단으로 변신…일상 돕는 제품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침대 밖으로 나오는 과정 자체를 줄이려는 제품도 있었다.
탱고플러스가 개발한 분리이동형 전동침대 ‘에스 베드(S-Bed)’는 침대 일부가 이동체로 분리되는 구조다. 사용자가 침대에서 다른 이동기기로 옮겨 타는 과정을 줄이면서 집 안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제품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욕창 예방용 방석도 유심히 살폈다. 리버텍이 선보인 제품은 젤·폼·에어 구조를 결합했다. 회사 관계자는 “40×40㎝ 크기로 일반적인 휠체어 좌석에 사용할 수 있다”며 공기 순환을 통해 장시간 앉아 있을 때 발생하는 압력을 분산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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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으로 손가락이 안쪽으로 말리는 환자를 위한 재활 보조기기도 전시됐다. 박재활운동센터가 선보인 ‘손핏밴드’는 밴드의 탄성을 이용해 손가락을 펴는 동작을 돕는 제품이다.
뇌졸중을 겪은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40대 여성 김모 씨는 “남편이 착용해 보니 무의식적으로 손이 말려 들어가는 것을 잡아 올려줘서 좋아 보인다”며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약한 단계부터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초고령사회 진입…돌봄 기술 수요 커진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 27일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도 시행하고 있다.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병원이나 시설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이어가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이용자의 이동과 자립을 돕고 돌봄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기술 수요도 커지고 있다.
주최 측 관계자는 “AI와 에이지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돌봄?재활 복지 산업의 흐름을 확인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라며 “앞으로도 해당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고 고령자와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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