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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진출한 K뮤지컬
지난달 20일부터 런던 킹스헤드 극장에서 6주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유앤잇’. 아시아계 배우들이 한국인을 연기한다. [사진 EG뮤지컬컴퍼니]
지금 K뮤지컬은 영국 진출 러시다. 최근 신시컴퍼니 신작 ‘네로’와 에이콤의 ‘Franz&Marie’, 대학로 스테디셀러인 연우무대의 ‘여신님이 보고 계셔’까지 하반기 런던 공연 소식을 전했다. 거물급 제작사들 틈에서 당당히 도전장을 낸 ‘흙수저’ 제작사도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런던 킹스헤드 극장에서 공연 중인 EG뮤지컬컴퍼니의 ‘유앤잇(You&It)’의 독특한 행보다. 2019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 창작뮤지컬상 수상 후 대학로를 잠시 거쳐, 2020년 대만 라이선스 수출, 2024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진출 등 해외시장 개척에 매진했다.
지난해 토니상을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AI로봇을 통해 인간성을 돌아보는 스토리지만 특이.이 있다. 대구 북성로에 사는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를 그대로 현지화했다. 문창살 등 한국색 물씬한 세트에서 외국인 배우가 한국인을 연기한다. ‘아저씨’ ‘바둑’ 같은 한글 단어도 종종 나온다. 창작자이자 제작자인 이응규 EG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우리 것을 지키자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유앤잇’의 작사와 작곡,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이응규 대표. [사진 EG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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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북성로를 런던 어디, 주인공도 외국 이름으로 바꾸려 했는데 이상하더군요. 우리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결정을 내렸죠. 현지에선 K뮤지컬이라서가 아니라 오리지널 창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이색적인 세계관보다 거기서 나오는 사랑과 이별, 기억 같은 공통분모가 공감을 얻는 거겠죠.”
이미 두 번의 런던 쇼케이스와 에딘버러 시범공연에서 평단의 검증을 받았으니 이제 수익성의 시험대에 오른 셈. 현지 충성 관객을 보유한 유서 깊은 킹스헤드 극장이 하반기 엄선한 네 작품 중 하나로, 현재 객석을 60% 이상 채우며 순항 중이다. “엄밀히 말해 아직 웨스트엔드 입성은 아니에요. 400~500석 규모는 돼야 웨스트엔드라고 하는데, 올해 한국 작품들은 대부분 250석 규모의 오프웨스트엔드에서 검증 받는 단계죠. 우린 2년 전 에딘버러 별.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고, 이제 진짜 웨스트엔드 장기공연을 향해 가야죠.”
2017년 화제였던 최초의 로봇 시민권자 ‘소피아’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죽은 아내를 AI로봇으로 살려내는 이야기가 썩 새로운 건 아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많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떤 주제의식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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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너무 가까워서 소홀하게 되는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데 여성들 보다 중장년 남성들이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뮤지컬 '유앤잇'. [사진 EG뮤지컬컴퍼니]
극 중 남편은 주조(鑄造)업을 하고, 아내는 도예가다. 남편이 아내의 기억 데이터를 복원해 만든 로봇이 뭔가 다름을 느낄 때마다 리셋을 해서 똑같게 만들려 한다는 설정은 일종의 은유다. “주조는 틀만 만들면 얼마든지 찍어내지만, 도예는 아무리 똑같이 만들려고 해도 달라지잖아요. ‘기억을 복제해서 틀에 담으면 같은 사람이 될까’라는 질문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사랑했던 기억은 함께했던 과거의 시간 속에 있고, 불완전한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의 고유성과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죠.”
문화 차이를 반영한 현지화, 생소한 제작시스템 등 어려움이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이유는 시장의 다양성 때문이다. “대학로에서 이런 아줌마, 아저씨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죠. 관객층이 넓고 이야기 소재가 무한하다는 。에서 영국 제작 환경이 나쁘지 않아요. 2년 전 쇼케이스 때만 해도 영문 계약서 앞에서 상대방이 갑자기 나쁜 놈으로 보였는데, 이제 AI가 업계 통계를 다 알려주니 두려울 것도 없어요. AI가 모든 걸 대체하지만 인간만 대체 못한다는 이야기가 ‘유앤잇’이기도 하죠.(웃음)”
뮤지컬 '유앤잇'. [사진 EG뮤지컬컴퍼니]
대구 출신으로 대구예대에서 작곡을, 뉴욕대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이 대표는 “아직 대학로 문법에 적응 못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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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팬덤이 객석을 채우는 ‘덕극’ 중심의 생태계에 진입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트렌드 문법에 맞출 수도 있지만, 창작자 기본 소양 중 하나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잖아요. 지역에도 좋은 플랫폼이 생기고 있으니, 지역 창작자들도 자기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 다양한 이야기를 자신있게 만들면 좋겠어요.”
물론 프로듀서로서는 대학로 장기공연을 숙제로 품고 있다. 창·제작을 겸하는 건 드문 경우지만, 대학 시절 1인 기업처럼 뮤지컬을 시작했기에 자연스럽단다. “2006년 딤프 1회 때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인기상을 받은 ‘유 아 마이 선샤인’으로 데뷔했는데 워낙 열정이 컸어요. 예술대학을 다녔으니 인테리어·패션디자인·서양화 등 다른 과를 돌며 협조를 구했고, 결국 학교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죠. 작품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창작자와 살림을 잘해야 하는 제작자는 끊임없이 싸우지만 저는 같이 하니 장。인 것 같아요.”
뮤지컬 '유앤잇'. [사진 EG뮤지컬컴퍼니]
이 열정맨의 최종 목표는 ‘매지컬’.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입주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고, ‘유앤잇’에서 홀로그램을 사용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은 매지컬’이라 할 만큼 상상 이상의 경험을 하고 왔는데 대학로에선 서사의 깊이를 더 추구하잖아요. 저는 거기에 매지컬을 더하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유령’의 샹들리에, ‘미스사이공’의 헬리콥터처럼 감탄의 순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같게 만들려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