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기획자 중심의 대안공간
- 12년간 뚜렷한 색깔 지키며 운영
- ‘빛의 혁명’ 소재 전시 20일까지
부산의 비영리 예술공간 ‘공간 힘(space heem)’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곳의 위치도, 다루는 주제와 그에 따른 전시도 모두 대중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발을 디디게 되면 사회와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그것을 탐구하는 진정성에 빠져들게 된다.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 인근 골목길 한편에 있는 공간 힘(수영구 수미로50번가길 3)은 2014년 문을 열었다. 창립 멤버 서평주(42) 대표와 김효영 기획자를 포함해 진세영 김선영 강주영 등 다섯 명의 전시 기획자·작가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하는 구조로 운영하는 ‘대안공간’적 성격이 강하다.
공간 힘이 지역의 예술공간 중 특히 돋보이는 것은 이곳이 다루는 주제의 일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예술로 사유하고 발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뚜렷한 주제 의식 아래 다양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연구하며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드러내는 작업이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여성·노동·개발(토목)·정치 등 민감한 사회 이슈가 전시와 작업의 주제가 되는 ., 그리고 그것을 12년간 이어왔다는 것이 이 공간이 가지는 희소성과 독창성, 진정성을 드러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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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미술로 보일 필요가 없는 작업들과 정치적인 것들’도 이런 공간의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소재로 한 전시는 대통령 탄핵을 일궈낸 ‘빛의 혁명’이 가능하게 된 정치와 운동이 어떤 실패와 논쟁, 변형, 반복을 거치며 축적됐는지 짚어본다. 김태현 문서진 정동규 허윤석 작가의 사진·영상(영화)·설치 작업을 통해 1990년대 운동권과 노동자의 서적, 광장을 수놓은 야광 응원봉까지 정치적인 것이 과거에서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고 바뀌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전시장에 설치된 김태현 작가의 ‘슬릿 스퀘어 파노라마’. 사진 송기철, 공간 힘 제공
지난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서평주 대표는 2000년대 부산의 대표적인 대안공간 ‘반디’를 경험하면서 공간 힘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반디를 통해 미술관이 아닌 대안공간이 작가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미술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봤기에 그곳이 문을 닫았을 때 매우 아쉬웠다”고 기억했다.
이어 “대학원생 시절 전시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작업실로 얻은 공간에서 기획전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뜻이 맞는 기획자가 모이고 공부하며 전시를 열고, 관심 있는 작가와 작업하고, 그렇게 12년의 시간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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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예술공간이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곳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기획자들 덕분이다. 서 대표는 “기획자들의 관심사가 서로 다른 것이 오래가는 동력이 됐다”며 “각자가 주목하는 사회적 주제를 차근차근 풀어내며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 힘이 주목받는 이유 또한 ‘탄탄한’ 기획자를 꼽을 수 있다. 관심사도, 경력도, 방식도 다른 기획자 5명이 꾸준히 세미나·강연·전시 등을 열면서 전문성을 키웠고, 이제는 외부에서 작업 제안이 잇따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기획자들의 활동 반경이 다른 지역까지 넓어졌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다”는 것이 서 대표의 분석이다.
공간 힘은 요즘 강연 프로그램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서 대표는 “공간 힘의 전시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전시와 작업이 꼭 쉬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텍스트를 쉽게 병기하거나 세미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 나오니 괴리감이 컸다. 그렇기에 대학과 현장을 이어줄 강연을 늘리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제 대안공간이란 명칭이 애매하지만 뚜렷한 주제와 성격을 유지하는 공간이 되고 싶고, 이런 공간이 늘어난다면 지역 예술이 더 다양해질 것 같다”면서 “함께 하고 싶은 작가·기획자를 모으고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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