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첫해에만 3조4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인 2024년 수입의 약 4배에 달한다. 돈줄도 다양하다. 트럼프는 지난해 2만 건이 넘는 주식 거래를 이어가는 한편 관세·전쟁·암호화폐 정책 등 시장을 흔드는 결정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직접 쏟아냈다.
특히 암호화폐 사업이 최대 수입원으로 떠오르면서 대통령직과 가족 사업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이해충돌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의 가족은 밈코인과 암호화폐 사업, 예측시장에 뛰어들었고 트럼프미디어는 대통령의 게시물을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까지 내놨다. 온라인에서는 노골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백악관을 두고 ‘트럼프 리딩방’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란 전쟁, 물가 급등으로 공화당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의 돈벌이’를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을 탈환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충돌과 가족 사업을 둘러싼 조사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가 1년 만에 3조4000억원을 벌어들인 과정을 짚어봤다.
'트럼프 코인' 사면?백악관 만찬 초대
트럼프 대통령 가족은 밈코인을 발행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트루스소셜 캡처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
트럼프는 백악관 복귀 직후 대선 공약을 실행에 옮겼다. 연방정부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만들었고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전임 바이든 정부 때보다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수사와 규제를 완화했다.
직접적인 수혜는 가족이 봤다. 트럼프는 취임을 사흘 앞둔 지난해 1월 17일 자신의 이름을 붙인 밈코인($TRUMP)을 출시했다. 가격은 10달러 아래에서 출발해 사흘 만에 한때 75달러까지 치솟았다. 출시 하루 만에 총 공급량 시가총액은 800억달러를 넘어서며 당시 시총 최대 밈코인이었던 도지코인을 넘어섰다.
공급 구조도 독특했다.
손오공사이트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의 전체 발행량 중 시장에 풀린 비율과 나머지 공급구조를 살펴본다. 발행자 몫이 클수록 훗날 물량이 쏟아질 위험도 크다. 이를 막는 장치가 록업(lock-up)이다. 발행 측이 일정기간 물량을 풀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트럼프코인은 이 구조가 극단적이었다. 전체 발행량 10억 개 가운데 시장에 처음 풀린 물량은 2억 개뿐이었다. 나머지 80%는 트럼프그룹 계열 ‘CIC 디지털(Digital)’과 ‘파이트파이트파이트(Fight Fight Fight)’ 등 프로젝트 관계 회사가 보유했다.
이 물량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리도록 설계됐다. 일반 투자자가 20%를 사고파는 동안 발행 측은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쥐고 있었던 셈이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도 이런 높은 보유 집중도가 공급을 통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틀 뒤 나온 멜라니아코인($MELANIA)도 비슷했다. 발행 측이 35%를 보유했는데 록업 기간은 30일로 극단적으로 짧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는 코인을 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TRUMP를 가장 많이 보유한 220명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참석권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상위 25명에게는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는 VIP 리셉션도 약속했다.
운영 측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초대’라고 홍보했다. 발표 당일 $TRUMP 가격은 60% 넘게 뛰었다. 트럼프코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백악관 입장권 역할을 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만찬 발표 직후 100만달러 안팎의 $TRUMP를 보유한 대형 지갑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일부 자금은 미국 고객을 받지 않는 해외 거래소에서 흘러온 정황도 확인됐다.
트럼프 측은 이해충돌을 부인한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자산이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있으며 대통령의 정책 결정과 가족 사업은 별개라고 설명해왔다
모바일 야마토5
. $TRUMP 측도 코인이 증권이나 투자계약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3조 잃었는데
트럼프 가족은 3조 벌어
그러나 투자자의 성적표와 트럼프 일가의 성적표는 크게 엇갈렸다. 로이터가 올해 4월 말까지 트럼프 일가의 주요 암호화폐 사업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가족은 약 23억달러(약 3조원)를 벌어들인 반면 외부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을 포함해 약 23억달러(약 3조원)를 잃었다.
$TRUMP 하나만 놓고 보면 트럼프 측 수입은 약 6억1600만달러, 투자자 손실은 약 7억달러로 추산됐다. 한때 75달러를 찍었던 $TRUMP 가격은 조사 시.까지 90% 넘게 떨어졌다.
구조적으로도 손실이 비대칭적이었다. 트럼프 일가는 직접 큰돈을 넣어 코인 가격 상승에 베팅하기보다 이름과 홍보를 제공하고 토큰 판매대금과 수수료를 받았다. 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이미 들어온 판매수익과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트럼프가 지난해 벌어들인 22억달러 가운데 3분의 2가 암호화폐에서 나온 배경이다.
외국 자본이 대통령 가족의 사업으로 흘러들면서 이해충돌과 위헌 논란도 커졌다. 트럼프와 아들들이 만든 암호화폐 업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은 토큰 판매와 지분 거래를 통해 트럼프 일가에 수억 달러의 수익을 안겼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왕실과 연결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나흘 전 UAE 국가안보보좌관 측 투자회사가 WLFI 지분 49%를 5억달러에 사들였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UAE에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했다.
“지금이 살 때”…4시간 뒤 관세 유예
트럼프가 직접 글을 올리는 트루스소셜은 시장을 움직이는 ‘리딩방’처럼 기능하고 있다. 관세 유예를 시사하면 주가가 뛰고 이란 공격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글이 올라오면 국제유가가 급락한다. 특정 암호화폐를 국가 비축 대상으로 거론하면 해당 코인이 치솟는다.
PC 바다 이야기
트럼프의 한마디가 주식과 원유, 환율, 가상자산 가격을 동시에 흔드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는 지난해 총 2만1285건(매수 1만5524건, 매도 5761건)의 주식을 거래했다. 거래일 기준 하루 평균 85건꼴이다. 전체 거래의 약 25%가 단 10거래일에 몰렸는데 상당수가 관세 발표 등 정책 발표로 시장이 흔들린 시。과 맞물렸다.
지난해 4월 9일에도 트럼프는 “THIS IS A GREAT TIME TO BUY!!!(지금이 사기에 아주 좋은 때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증시가 연일 급락하던 때였다. 트럼프는 글을 올리고 4시간 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S&P500은 9.5% 급등했다. 1940년 이후 세 번째로 큰 하루 상승률이었다. 나스닥은 12.2%, 다우지수도 7.8% 뛰었다. 며칠 동안 사라졌던 시가총액 약 4조달러가 하루 만에 되살아났다.
‘트럼프 픽’ 종목을 콕 집어주기도 한다. 트럼프가 인텔과 애플의 협력 소식을 트루스소셜에 직접 올리자 그날 인텔 주가는 10% 넘게 뛰었다.
전쟁 결정권자인 트럼프는 방산과 에너지 관련 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당사자가 상황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주식을 직접 거래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4주째 이어지던 지난 3월 23일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전보다 55%가량 오른 상태였다. 트럼프는 직전까지 이란이 48시간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다 이날 아침 돌연 한발 물러섰다.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이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며 합의 시한을 닷새 연장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약 11% 급락했다. 전쟁 장기화의 대표적인 수혜주였던 에너지주도 함께 밀렸다. 그날 트럼프 명의 투자 계좌는 필립스66, 엑슨모빌, 셰브론 등 석유·가스업체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션파라다이스 다운
. 여기에 록히드마틴과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방산·항공우주 기업도 담겼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들이었다.
포천이 올해 1분기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계좌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금과 미국 국채, 현금성 자산도 꾸준히 늘렸다. 전쟁이 시작된 첫 거래일인 3월 2일에는 금광업체 뉴몬트를 샀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한 3월 4일에는 미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했다. 다음 날에는 금 ETF를 사들였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 보유했던 주요 석유·가스 기업 9곳의 주식 가치는 이란 전쟁 발발 전날인 2월 27일 종가부터 8월 31일 종가까지 최대 440만달러(약 59억원)?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한·미 통상 갈등의 당사 기업인 쿠팡 주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투자계좌 두 곳을 통해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매했으며 현재 보유분은 최대 13만달러(약 2억원)로 추정된다. 매매 시.이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고조된 시기와 겹치면서 이해충돌 소지가 함께 제기됐다.
이 거래들이 트럼프의 지시로 이뤄졌거나 대통령이 비공개 전쟁 정보를 이용해 투자했다는 증거는 없다.
백악관과 트럼프그룹은 대통령이 개별 투자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트럼프의 주식·채권 계좌는 제3의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용하며 가족 누구도 어떤 종목을 언제 사고팔지 지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거래 상당수가 지수를 복제하는 컴퓨터 기반 모델이나 절세 목적의 자동매매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종 수익이 트럼프 본인에게 돌아가는 만큼 논란은 여전하다.
1억 내면 전쟁도 미리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월 1억3000만원(10만달러)을 지불하면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일반 이용자보다 0.001초 먼저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기관투자가와 고빈도매매업체 등을 상대로 연 ‘트루스 API’다. 짧은 순간이지만 시장에서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모바일야마토게임
실제 뉴욕증시에서는 1밀리초를 넘어 100만분의 1초 단위까지 경쟁하는 초단타 매매가 자주 벌어진다.
수천억원을 움직이는 알고리즘이라면 다른 투자자보다 0.001초라도 먼저 ‘관세 유예’나 ‘이란 공격 중단’이라는 단어를 읽고 지수선물이나 원유를 사고팔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더 빨리 접하기 위해 기꺼이 이 비용을 지불한다.
2022년 트럼프가 직접 만든 트루스소셜은 지분 약 41%를 보유한 트럼프가 사실상 소유주다. 결국 해당 서비스를 사면 트럼프의 주머니로 돈이 들어가는 구조다. 트럼프가 가진 미국 대통령직의 막강한 시장 영향력이 하나의 구독상품이 된 것이다.
트럼프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루스 API가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미 공개된 정보이며 기관투자가가 돈을 내는 것은 비공개 정보가 아니라 더 안정적이고 빠른 전달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금융회사들이 블룸버그나 로이터의 실시간 데이터에 거액의 사용료를 내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단, 정책결정권자가 직접 정보를 판다는 데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민주당은 SEC에 트루스 API가 증권법상 시장조작이나 투자자 보호 문제를 일으키는지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현직 대통령 명의로 이처럼 적극적으로 개별 금융자산을 사고파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은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이해충돌의 외관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블라인드트러스트에 맡기거나 개별주식 대신 인덱스펀드와 국채를 보유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현직 대통령이 주식을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대통령은 일반 행정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형사상 이해충돌법의 적용에서도 제외돼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산할 조짐이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글로벌통상센터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이해상충 논란은 미국 내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공화당이 현재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는 정치·법적으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 서브포나(자료제출·소환장 발부) 권한을 활용한 조사와 청문회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 있는 종목들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