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광주여성영화제’가 11월 11~15일 광주극장 등에서 열린다. 개막작인 이민숙 감독의 ‘잃어버린 말들’ 스틸컷.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간다. 태어난 곳도, 사용하는 언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기도 한다. 성별과 국적, 사회적 편견에 가로막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는 그런 서로 다른 삶을 만나는 창이 된다. 낯선 나라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며 익숙했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모두가 같아질 필요는 없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제17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오는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광주극장과 CGV광주금남로에서 열린다. 올해는 8개국에서 온 장편 19편과 단편 32편 등 모두 51편이 상영된다. 관객과의 대화(GV) 18회를 비롯해 마스터클래스와 특별 토크 등 24차례의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올해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다다르다’.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세상에 전해온 시간이 쌓여 새로운 곳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동시에 ‘다 다르다’라는 의미도 담았다
바다이야기 부활
.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삶의 경험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면서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다.
우선 11일 오후 7시 광주극장에서 이민숙 감독의 ‘잃어버린 말들’이 첫 상영작으로 관객을 만난다.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나선 감독이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가족의 과거를 되짚는 다큐멘터리다. 가족과 지인들의 엇갈린 기억을 따라가면서 이주로 인한 언어의 단절과 오랫동안 이야기되지 못했던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다. 상영 후에는 이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폐막작은 인도 출신 트리베니 라이 감독의 ‘모모의 모양’(15일 오후 7시 CGV광주금남로 1관). 히말라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여성 3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앞에서 각자의 선택을 고민하는 여성들을 통해 오랜 관습과 성 역할을 돌아본다.
‘플래시 아시아: 대만 넥스트 웨이브’ 프로그램 상영작 중 하나인 모니카 트루이트 감독의 ‘민주주의 요리하기’.
올해 가장 눈여겨볼 프로그램은 대만 여성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플래시 아시아: 대만 넥스트 웨이브’다. 상영작은 모두 다섯 편이다
바다게임이야기
.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여성 예술가를 그린 ‘그녀의 이름은 씨씨’를 비롯해 대만 시민사회와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민주주의 요리하기’, 1990년대 청춘들의 사랑과 저항을 다룬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 등이 상영된다. 어머니의 삶을 기록하며 가족 사이의 침묵을 마주하는 ‘일상대화’와 가부장적 가족문화를 짚은 ‘왼손잡이 소녀’도 만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의 민주주의 경험을 비교하는 특별한 자리도 열린다. 전남대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 민주주의미래연구소와 함께하는 포커스 토크 ‘민주주의의 미래’다. 김현지 감독의 ‘남태령’과 대만의 ‘민주주의 요리하기’를 함께 살펴보며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가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을 짚는다. 두 작품의 감독과 제작진, 권김현영·김주희 학술연구교수 등이 참여해 광장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행동이 일상과 사회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사회적 통념에 질문을 던지는 ‘날선낯선’ 섹션도 마련된다. 재개발로 달라지는 도시의 모습을 살펴본 ‘관리처분계획-미아리 텍사스 편’, 양궁선수 안산의 삶을 담은 ‘과녁 너머의 빛’ 등 장편 다섯 편과 단편 여덟 편이 관객을 찾는다.
특히 ‘과녁 너머의 빛’ 상영 후에는 안산 선수와 장예빈 감독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
바다이야기 먹튀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의 일상과 고민을 돌아보고 경기장 안팎에서 겪었던 경험과 영화 제작 과정을 들려줄 예정이다.
장예빈 감독의 ‘과녁 너머의 빛’ 스틸컷.
여성 창작자들의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경쟁 부문 ‘귄 당선작’도 이어진다. 지난해 장편 부문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모두 52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심사를 거친 장편 여섯 편과 단편 12편이 본선에 올랐다. 장편 경쟁작에는 ‘공순이’, ‘마당이 두 개인 집’,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 ‘제주의 시간’, ‘착지연습’, ‘한국을 살리는 여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심사에는 김희정·이영 감독과 엄혜정 촬영감독 등이 참여하며 수상작은 폐막식에서 발표한다.
광주와 전남에서 활동하는 여성 감독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메이드 인 광주’에서는 ‘그 속에서 반짝이는 걸 보았지’, ‘움직이는 교실’, ‘애정이’ 등 세 편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력해 배리어프리 영화로 제작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관객들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채희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서로 다른 삶과 경험을 지닌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이를 이해하고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역에서 쌓아온 여성영화의 경험을 아시아로 넓히고 다양한 목소리가 만나 서로에게 다가가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312.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