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카버 영국 출신·번역가
뉴스를 보다가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거치면 한국계 연방의원이 총 5명으로 늘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재선에 도전하는 3명을 포함해 4명이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며, 모두 당선되면 올해 선거 대상이 아닌 앤디 김 상원의원과 함께 한국계 연방의원 수가 역대 최다인 5명이 된다.
한국에서 이 소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한국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참여하고 지역사회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모순도 눈에 들어온다. 한국은 해외에서 성공하는 한국계 인사들을 반기지만, 한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한국 정치에 참여할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영국 런던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뉴몰든을 포함한 킹스턴어폰템스 왕립구에서는 구의원 48명 가운데 4명이 한국계다. 이들은 지역의 모든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그중 제인 임 의원은 부시장으로도 임명됐다. 대표성이란 특정 공동체를 이해하는 사람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올해 5월에는 한국계 조슈아 김이 영국 웨일스 의회 선거에서 리폼UK 소속으로 당선됐다. 리폼UK는 이민에 제한적인 입장을 취하는 정당이다. 김의 당선은 분명 개인적 성취다. 그러나 한국은 이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다른 나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을 축하하는 것일까, 아니면 같은 뿌리를 지닌 사람의 성공만 기뻐하는 것일까.
한국에도 선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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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태어나 귀화한 이자스민은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특별귀화한 인요한은 2024년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몇몇 개인의 성공이 폭넓은 정치적 대표성의 체계가 마련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공장에서 일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식당을 운영하고, 노인을 돌보며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 말이다. 성인으로 살아온 삶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이들도 있다. 자녀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한국을 유일한 고향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귀화한 사람은 투표권을 갖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선출직 공직에도 출마할 수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잠시 일하러 온 나라가 아니다. 삶을 꾸리고, 가정을 이루고,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 곳이다.
한국 정부도 외국인 주민의 의견을 듣는 일이 중요하다는 。을 인정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자문기구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위원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하지만 때론 그 과정이 보여주기식 행사처럼 느껴졌다. 참석자들은 외국인 관련 정책에 대해서만 의견을 내도록 요청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문과 협의 자체가 형식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선출직 대표자들도 전문가와 지역사회 단체의 의견을 구한다. 문제는 자문이 의미 있는 대표성을 보완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를 대신하는 수단이 될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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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나 미국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두 나라 역시 이민자를 향한 차별과 적대감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모든 외국인 주민에게 선출직 공직의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져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일관성은 중요하다.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지역사회의 대표자로 선출되는 일을 축하한다면, 한국에 장기 정착한 사람들도 정치에 더욱 폭넓게 참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민자들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다. 주민이자 노동자이며, 부모이자 이웃이고, 납세자다. 이들의 관심사는 이민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중교통, 학교, 주거비, 지역개발, 공공서비스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지금 나는 한국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 나라가 세계를 향해 얼마나 문을 열어 왔는지도 봤다. 나는 이민자들의 기여가 단지 어떤 일을 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어떤 조언을 제공하는지로만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결정할 기회 역시 그 기여의 일부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외국 태생 주민이 한국의 지방의원으로 선출되는 일 역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그 사람이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다고 믿어 선출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 나라가 세계로 나아가 성공을 거두는 자국 출신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그 나라를 선택해 찾아와 이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도 기꺼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폴 카버 영국 출신·번역가
의원 48명 가운데